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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 Dec 29. 2022

잘 가요, '녹색 시누크'

새로운 감독 체재에서 팀은 준수한 성적을 유지하긴 했으나, 약간의 과도기도 함께 겪는 것 같았다.

뭐랄까.. 최강희 감독님이 계시던 시절 경기를 보면 '지고 있어도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의 축구는 '이기고 있는데 비길 것 같다..?'라고 해야 할까? 물론 실제로는 이기는 경기가 더 많긴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처럼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하고 있던지라, 시즌초부터 '울산현대'와 1~2위 자리를 서로 오가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의 슈퍼리그로 거처를 옮긴 최강희 감독님은 불과 몇 개월 만에 여러 우여곡절들을 겪으며 팀을 세 번이나 옮겨야 했다. 그런 과정들로 해서 여름에 새로 맡게 된 팀이 바로 '상하이 선화'.

최강희 감독님이 슈퍼리그에서 새로운 팀을 맡게 되면서 우리 팀의 '김신욱 선수'가 곧 중국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소문도 함께 돌기 시작했다.

소문은 금세 사실이 됐고, 동국이형만큼이나 감독님의 애제자였던 김신욱 선수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원하던 최강희 감독님의 팀으로 이적이 확실하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며, 그렇게 7월이 되면서 김신욱 선수는 중국의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팀을 옮기기로 했다. 그 시절, 축구라면 돈을 펑펑 써대던 중국이었기에 70억에 가까운 이적료는 전북에게도 꽤 좋은 조건이었다.




2019년 7월 7일 일요일,


성남과의 홈경기이자 김신욱 선수의 고별경기날이다.

14라운드부터 다시 찾은 1위의 자리를 지켜가던 중이었지만 최근의 두 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거두면서 약간은 주춤한 분위기였다. 더욱이 선제골을 넣고도 동점골을 허용했던 경기들이라(진짜.. 이기고 있는데 비겼네...?) 오늘의 경기에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모두의 기대 속에 경기가 시작됐고, 전북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모습으로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전반 15분, 이주용 선수가 왼쪽에서 길게 올려준 크로스를 성남의 골대 앞에 있던 김신욱 선수가 헤딩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이른 시간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더욱이 김신욱 선수는 본인의 고별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그 의미가 더욱 컸다.

팬들에게 감사의 큰절로 인사를 전하는 김신욱 선수, 김신욱 선수는 오늘의 첫 번째 골을 넣은 후에도 '큰절세리머니'를 했었다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하는 과정 중에 유독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김신욱 선수가, 그런 본인을 믿고 지지해 준 전북의 팬들에게 '큰절 세리머니'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많은 팬들의 마음을 더욱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선제골 이후에금세 동점골을 허용하긴 했으나 전반전이 끝나기 10분 전, 손준호 선수가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면서 다시 기세를 잡기 시작했고, 이어진 후반전에서는 80분에 가까운 시간까지 그라운드를 누빈 김신욱 선수가 동국이형과 교체가 되면서 그렇게 전주성에서의 마지막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김신욱 선수와 교체되어 들어온 동국이형은 채 예열이 되기도 전에 팀의 세 번째 골이자 결승골까지 만들어내면서 고별 경기를 치르는 후배의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었다.


경기가 끝난 후 김신욱 선수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팬들 앞에 다시 섰다.

응원석에 다가설수록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 보여 이별이 더 실감 나기도 했다.

팬들 앞에 선 김신욱 선수는 다시 한번 큰절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팬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선수의 앞날을 온 마음으로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7월 중순의 어느 날, 김신욱 선수가 달던 등번호 '9'번의 자리에 새로운 선수가 영입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리그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포항의 라인브레이커 '김승대' 선수였다.

리그 최고의 선수가 이적해 온다는 소식에 팬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고, 김승대 선수는 본인의 실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전북으로 이적 후 치른 첫 번째 경기인 서울 원정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원정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동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는 모두의 희망도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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