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색을 찾아서
무엇인가에 홀린 듯 지하철에서 내렸다.
터벅터벅 역 안 의자로 걸어가 나는 주저앉았다.
'아.. 진짜 가기 싫다.'
출근을 하는 중간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덜컥 내려버렸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뚫고 나왔다.
그렇게 앉아 한참을 앉아 있었다.
지각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된 느낌.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결심했다. 퇴사하기로.
도시에 치열한 경쟁에 지친 나는 지금
섬에 살고 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그래. 작은 곳에서 소소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
"그동안 수고 많이 했어. 이제 좀 쉬어."
역시나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모아놓은 돈이 많아 은퇴하는 것도 아니고 로또에 당첨된 것도 아니다.
나는 멋지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멋진 산도 가고, 바다에 가서 낚시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치열한 경쟁을 밑바탕으로 한 도시 생활은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
멋지고 자유롭게. 퇴사를 통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었다.
내 삶을 내가 주도하고 있는 이 에너지가 너무나도 좋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용기에 스스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물론 잃은 것도 많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1년 동안 멋진 경험을 하겠노라 다짐했지만,
월급이 끊긴 이 불안함과 초조함은 나를 힘들게 한다.
사업을 해보겠다고 당차게 퇴사를 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지금
이 과정을 글로써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뻔한 질문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색이 없어."
"나만의 것이 없어."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해."
이것저것 콘텐츠를 많이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들은 나의 글 연재를 막을 뿐이었다.
섬에 내려와 약 4개월을 지내고 있는 지금까지 나의 색을 찾지 못한 이유를 고민해봤다.
캠핑, 낚시, 트레킹, 마음 챙김 같은 하나의 주제로 시작하려니 나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대부분의 끝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어떤 인플루언서 같았다.
이 과정에서 쓰인 글들은 누군가를 흉내 내거나 그저 어그로를 끌어볼 마음으로 작성했던 것이 전부이다.
잠깐의 달콤한 성공도 있었다.
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면서 2000 이상의 뷰를 달성했던 경험.
이 경험도 나에게는 독이었다.
'1000 뷰를 달성했습니다.', '2000 뷰를 달성했습니다.' 이 푸시 알람에 중독이라도 된 듯 나는 눈이 뒤집혔다. 바로 든 생각은 '그래. 다음이 좋아하는 글을 써야겠다!'였다.
하지만 이 독은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도록 나를 옥죄여 왔고 글을 올려도 낮은 뷰 통계를 보며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결국 외부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색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 색이 나타날 나의 모습에 설레기까지 한다.
나의 색을 찾아 떠나는 이러한 방황마저 나에게는 흥분으로 다가온다.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진정한 '나'로서의 색을 찾겠다는 다짐.
이 끝에 내가 퇴사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하얀 백지를 채워가는 과정은 아래와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지만 그다음이 막막한 사람.
마음속 뜨거운 무엇인가를 발견하길 원하는 사람.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사람.
모두 같은 이유에서 고민일 것이다.
색이 없거나 혹은 흐릿하거나. 내가 그렇다.
함께 넓은 바다로 나갑시다. 그것을 찾으러.
나는 마음속 뜨거운 그 무엇인가를 낚는 마음 앵글러다.
*앵글러 = 낚시꾼
마음속 강한 끌림을 찾아 오늘도 미끼를 던진다.
가슴 한편에 숨어있는 뜨거움을 찾아 헤매는 낚시꾼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