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을 들어야 하지?
사업을 시작된 지 2달 정도가 흘렀다.
사업 시작과 동시에 두 개의 공공기관이 우리를 서포트해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서포터는 창원의 <경남관광기업지원센터>이고 두 번째 서포터는 서울의 <한국관광공사>다.
이 두 공공기관은 예비창업자로 시작한 우리를 성공적인 회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사업자 등록부터, 회계,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등 사업 전역에 걸쳐 다양한 부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처음 사업을 해보는 나에게는 모든 분야가 생소했기 때문에 두 기관에서 열리는 모든 강의, 멘토링, 네트워킹 데이에 하나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열심히 명함도 돌리고 받았다. 다양한 대표님들을 만나며 배우고 소개했다.
그러다 보니 경남 거제에서 창원과 서울을 열심히 오가며 쓴 교통, 숙박비만 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아직 수익이 없는 우리에게 적은 돈이 아니지만 <대표 놀이> 타이틀을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관광 분야에 전문가, 투자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등 다양한 선배 대표님, 강사님을 만나며 6명의 멘토가 생겼다. 각자가 생각하는 다양한 사업의 기초를 나에게 사정없이 퍼부어 주셨다. 회사의 10년 비전을 그려주시는 분, 현실적으로 당장 해야 할 것들을 조언해주시는 분, 상품을 효과적으로 팔 수 있는 판로 개척을 조언해주시는 분. 나는 사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조언들을 소화해내야 했다.
멘토링을 다녀올 때마다 정리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수 없이 외치며 멘토링을 통해 얻은 사업의 다음 단계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세세하게 다듬어 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멘토링은 결국 나에게 독이 되었다.
나는 이중인격자가 된 듯 하루하루 나의 방향을 틀고 있었다.
"그래. 마케팅이 중요해. 지금 당장 블로그를 시작하자." (블로그는 아직도 1일 1 포스트를 하고 있다.)
"그래. 10년 후 우리 회사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그려야 해."
"그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회사소개서가 필요해."
"그래. 앱 개발은 필수지. 내 전공이니까 바로 시작하자."
"요즘 NFT가 뜬다고? 우리 비즈니스 모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런 엄청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동안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강군은 필드에서 우리 서비스 개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회사의 멋진 비전을 강군에게 설명하며 어서 공감해달라는 눈빛을 발사했다.
하지만 강군에게서 돌아온 눈빛은 암흑과도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지금 이걸 바꾸자는 이야기야?"
"어떤 걸 먼저 해야 하는 거지?"
나는 눈으로 말하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계속해서 흔들리고 바뀌는 나의 방향에 강군은 어지러워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상황에 필드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해 없어 저 버릴까 봐 마음 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NFT까지 나오고 있으니 우리 사업은 어디로 가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강군에게 심장을 관통하는 눈빛을 받고 나는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진 듯 정신을 차렸고 현실로 돌아왔다.
우리의 사업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사업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날 방에 들어와 혼자 깊이 고민했다.
탁월한 분들의 다양한 조언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나같이 주옥같았고 적용한다면 우리 사업에 분명 도움이 될 것들이었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이러한 조언들을 우리 회사 상황에 맞게 순서를 정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을 해야 했다. 우리 회사는 선장을 잘못 만나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계획했던 사업계획서를 확인한다.
당장 해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멘토링을 통해 얻은 조언들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로 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맞아. 우리가 하려던 일이 분명히 있었지."
우리는 멋진 워케이션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늦은 밤 우리가 만들어 낼 그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 좋은 웃음도 지어본다.
이후로도 멘토링과 강의는 계속해서 진행되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빨리 이루어 낼 수 있거나, 우리가 목표로 하는 그림에 추가가 되어야 할 것이라면 최대한 자세하게 이야기를 맞추어가며 반영한다.
그동안 이리저리 방황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의 시선으로 맞추고 함께 걸어 나간다.
이렇게 나는 운전대를 꽉 잡고 다시 안전운전을 한다.
마음속 강한 끌림을 찾아 오늘도 미끼를 던진다.
가슴 한편에 숨어있는 뜨거움을 찾아 헤매는 낚시꾼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