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 Jul 20. 2022

만약 '단 하나의 일'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개발, 디자인, 마케팅, 회계, 작가, 간호사, 인플루언서 등 직업은 정말 다양합니다.

빠진 직업은 댓글에 올려주시면 추가하겠습니다 :)    (직업 릴레이 go go?)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 만 하기는 쉽지 않죠.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있나요?


저는 그랬던 거 같아요.

지금까지 개발자였던 저는 회사에서 가장 많이 외쳤던 말이 '개발만 하고 싶다.'였습니다. 


그 당시를 잠시 떠올려보자면,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다가 들어오는 클라이언트의 전화하는 시간

개발은 후임들이 하고 나는 문서만 작성하는 시간

개발은 못하고 소프트웨어 설계를 하고 있는 시간

디자이너와 소통하느라 개발을 못하는 시간

등등...

(이것도 릴레이?)


이런 시간들이 그 당시에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불필요한 시간들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중소기업이었지만 팀장, PM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 불만은 점점 쌓여만 갔죠. 

그때의 저는 개발이라는 단 하나의 일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나 봅니다. 


이 욕구는 점점 강해져만 갑니다.

개발에도 종류가 많은데 크게 나누어 보자면 디자인을 개발언어로 만들어가는 front-end, 웹이나 앱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계산을 하는 back-end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back-end 개발을 중점적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개발의 모든 부분이 세분화되어 하나의 직군을 가지고 심도 있게 성장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해내야만 했기에 하나를 중점적으로 발전시킬 기회가 많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아주 폭넓은 개발 스킬을 익히게 되었고,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개발을 한다고 하면 하나같이 돌아오는 질문은 제가 점점 흐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안드로이드 개발자야?"

"웹 개발자야?"

"백엔드 개발자야?"

"인공지능 개발자야?"


하나같이 하나의 분야에 전문가로 여기며 질문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 대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돈 되는 건 다 개발해요..."


다들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한편으로 '어떤 개발자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어딘가 씁쓸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직을 통해 그 꿈을 기대해보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결국 저는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오랜 시간 고민을 하다 보니 '나는 어떤 일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다짐을 했고 개발을 뺀 나머지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해보기로 합니다. 


"그래. 1년 동안 마음껏 경험해보는 거야. 개발은 다시 하지 않겠어"


어쩌면 제 인생의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이 개발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워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능력 버릴 거면 나줘.'라고 반응하더라고요.

날로 높아져가는 개발자 몸값이었지만,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개발을 뒤로하고 뛰쳐나온 바깥세상에서 조금은 의외에 경험을 했습니다.

사업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법

서비스를 기획하는 법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법

맞습니다. 이전에 하기 싫은 일로 여겨졌던 것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더군요. 


개발만 하고 싶다는 욕망은 즐겁게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라는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되었고, 이 사업 아이템은 이전에 시간낭비라고 생각되었던 일들에 도움을 받아 지금의 회사를 차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개발자였던 제가 관광회사를 차리게 된 것입니다.


다시는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개발 역시 워케이션 플랫폼을 위해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게 된 워케이션 플랫폼 개발

물론 지금의 개발 생활은 이전에 회사생활과 같습니다. 심지어 더 많은 일이 추가되었죠. 작은 스타트업 대표로 활동하며 다양한 네트워킹, 문서, 회계, 영업 등 다양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저를 지치지 않도록 만들어 내더라고요.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어떤 경험으로, 어떤 일들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성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익혀둔 폭넓은 개발 스킬이 플랫폼을 만드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듯이 모든 경험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조금 더 관심 있게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것들 중 '그때 조금 더 배웠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높아지는 개발자 몸값에 혜택을 봤으려나)


하고 싶은 일과 함께 따라다니는 다양한 일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람과 상황을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받는 일속에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을까요? 잠깐에 감정으로 미래에 도움이 될 '일'을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돌이켜보니 그때그때 하고 있는 작은 일들이 모여 내 삶의 경험치로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단 하나의 일'을 찾고 계신가요?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에 다양함을 수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워케이션 플랫폼을 개발하며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워크-라이프를 위해 성장하는 워케이션 서비스를 만듭니다.


브런치 구독을 통해 로컬그래비티의 워케이션 플랫폼 이야기를 지켜봐 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멘토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운 boss bab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