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리기를 잘한다고 믿었다.
초등학생 때,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했다. 넓은 운동장 한 바퀴를 1등으로 돌아오면 도착 지점에서 1등 깃발을 흔들 수 있었다.
출발 소리가 울리자마자 나는 힘차게 달렸다. 응원 소리와 소란에 취해 힘든지도 몰랐다. 골인 지점에 도달했을 때,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 내가 1등이구나. 기쁜 마음으로 나는 1등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나중에 친구가 말했다. 나는 꼴등이었다고. 내 앞의 아이들은 이미 한참 전에 도착해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는 우리 조 뒤에 출발한 뒷 조 아이들을 보고 내가 1등이라 착각한 것이라고.
선생님에게, 부모님에게 몇 번이고 물었다. “진짜 내가 꼴등 했어요? 1등이 아니라?” 어른들은 그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네가 1등 깃발을 흔들었으니 넌 1등이야.”
봐. 내가 1등이잖아. 나는 한참 동안 그렇게 믿었다.
그 믿음은 나를 자신감 넘치는 학생으로 만들었다. 이어달리기 주전을 뽑을 때면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내가 먼저 손을 들었다. 실제로 주전으로 나가 우리 반이 2등을 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그 뒤로도 오랫동안, 달리기를 잘한다는 것은 나의 자랑이었다.
학년이 올라가고, 체력장 달리기와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계속 꼴등을 하고 나서야, 나는 친구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깨달았다. 어른들은 단 한 번도 “네가 진짜 1등 했어.”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는 것. 우리 반이 2등을 한 것은 다른 주전들 덕분이었다는 것까지.
달리기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 믿음 덕분에 주전도 해 봤고, 마라톤 대회도 나가봤고, 오랫동안 기분 좋게 지냈으니까.
달리기를 잘한다고 믿어서, 그 작은 믿음 덕에 내 초등학생 시절은 참 행복했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도 조금 더, 내가 달리기를 잘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다고,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내가 좋은 아이라고도 믿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