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1.
‘학교 가기 싫다.’, ‘요즘 애들은….’, ‘스트레스받는다.’, ‘힘들다.’ 학교로 출근하기 전, 퇴근한 후, 습관처럼 툭툭 던지는 말들이다. 한 교사는 열의 없는 직장인이 되어 밀려드는 업무와 곤란한 학생을 마주하며 괴롭다, 못 해 먹겠다,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 교사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학교가 괴로운 공간이길, 교사가 고단한 직업이길, 자신이 그런 진흙탕 속에 허우적대고 있길, 바라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 교사에게 말했다. ‘뉴스 보니까 요즘 애들 아주 건방지고 못됐던데요. 교사하기 너무 힘들겠어요. 애들은 역시 때려가며 키워야 하는 건데.’ 그제야 그 교사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 그렇게 못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교권이 추락했다고,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학교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삭막하고 전쟁 같은 곳만이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기도 해요.
글을 써야겠다. 다정하고 온화한 학교의 일상을 글로 공유해야겠다. 무심코 놓쳤던 고마움을 일기로 남겨야겠다. 뉴스에서는 학교의 따뜻함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습관처럼 힘들다는 말을 던지는 교사는 사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까.
30대_고등학교_비담임_교무기획부
무려 1년 반을 넘게 마음을 괴롭히던 일이 해결됐다. 아직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거의 해결되어서 더 이상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혼자 끙끙 앓던 나에게 친한 선생님이 말했다. "왜 그걸 혼자 고민하고 있어? 선생님 혼자서 끙끙 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 과학과 선생님들이랑 의논해서 함께 해결해." 나를 괴롭히는 일은 과학과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 똑 부러지는 지구과학 선생님에게 용기 내어 고민을 털어놓았다.
결론적으로 털어놓길 잘했다. 1년 반을 마음 고생했던 게 무색하게, 몇 시간도 안 돼서 해결책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선생님 말씀을 새겨듣고 절차대로 진행했다. 그 오랜 마음고생이 몇 시간도 안 돼서 내 손을 떠났다. 지구과학 선생님께서 고맙게도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서 잘 해결되고 있는지 확인해 주셨다. 해결되고 나서도 이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조언까지 해주셨다.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 친한 선생님도, 지구과학 선생님도, '단비쌤 좀 잘 도와주세요.'라고 지구과학 선생님에게 부탁해 주신 선배 선생님도. 내 주변에는 고마운 선생님이 참 많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고민과 걱정과 불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누면 반이 된다. 그래서 정말 다행이었다. 내 고민이 반이 되어서도 그렇고, 문제가 해결되어서도 그렇다. 다음에 누군가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 또한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지. 오늘 나에게 도움을 준 선생님들처럼.
문제가 잘 해결되고 있는 와중의 점심시간에 한 학생이 찾아와 생물 문제를 몇 개 질문했는데, 설명을 해주니 눈을 번쩍이며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하고 떠났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슬픔과 걱정과 고민은 나누면 반이 되지만, 지식은 나누면 배가 되는 것 같다. 뿌듯함과 행복은 덤이다.
앞으로 잘 나누어야겠다. 이번 일을 해결한 계기로 쌓은 경험도, 지식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