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학교 가기 싫다.’, ‘요즘 애들은….’, ‘스트레스받는다.’, ‘힘들다.’ 학교로 출근하기 전, 퇴근한 후, 습관처럼 툭툭 던지는 말들이다. 한 교사는 열의 없는 직장인이 되어 밀려드는 업무와 곤란한 학생을 마주하며 괴롭다, 못 해 먹겠다,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 교사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학교가 괴로운 공간이길, 교사가 고단한 직업이길, 자신이 그런 진흙탕 속에 허우적대고 있길, 바라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 교사에게 말했다. ‘뉴스 보니까 요즘 애들 아주 건방지고 못됐던데요. 교사하기 너무 힘들겠어요. 애들은 역시 때려가며 키워야 하는 건데.’ 그제야 그 교사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 그렇게 못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교권이 추락했다고,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학교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삭막하고 전쟁 같은 곳만이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기도 해요.
글을 써야겠다. 다정하고 온화한 학교의 일상을 글로 공유해야겠다. 무심코 놓쳤던 고마움을 일기로 남겨야겠다. 뉴스에서는 학교의 따뜻함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습관처럼 힘들다는 말을 던지는 교사는 사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까.
30대_고등학교_비담임_교무기획부
2일 차의 시험 간식은 우유 생크림 도너츠였다. 나름대로 다이어트 중이라 단 음식을 자제하고 있어서 반만 먹고 버리니까 짝지 선생님이 도너츠를 얄밉게 먹으면서 놀렸다. 너무 재밌고 웃겨서 사진에 영상까지 찍었다. 일기에 남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도저히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어서 짧게 글을 써 남긴다.
교과 회식 메뉴는 초밥이었다. 초밥을 먹고 커피를 한 잔 하며 최근 교내의 과학과 이슈를 이야기했다. 다양한 고민거리들이 식탁 위를 오갔다.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서 저마다의 고충이 느껴졌다. 한 선생님이 이른 복직을 결정하면서 기간제 선생님의 계약 문제가 생겼고, 기간제 선생님이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교과 시수로 인해 과학과에 감원이 생기면서 원치 않는 학교 이동을 하게 된 선생님 한 분은 화가 많이 났다. 다른 선생님 한 분은 문제 많은 반의 담임에, 학년 기획에, 과학과 업무까지 맡아 올 한 해 에너지가 모두 빠졌다. 또 어떤 선생님 한 분은 학교 만기가 되어 학교를 떠나야 하는데 올해 과학과의 감원이 많아 이동이 너무 어려워 온종일 고민 중이었다. 가만히 듣다 보니 머리가 아팠다.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야 하는 걸까. 그냥 모두가 한 발씩 양보하며 아름답게 해결될 수는 없는 걸까.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런데 놀랍게도 선생님들은 웃고 있었다. 받았던 상처와, 화와, 피로와, 고민을 대화 속에서 풀어내며 호탕하게 깔깔깔 웃고 있었다. 자신의 고충을 가벼운 말장난으로 개그화하기까지 했다. 한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 오늘 과학과 망년회인가요? 내년에 우리 다 뻥 터지는 거죠? 안녕히 지내세요들?" 선생님들이 신나는 표정으로 "올해 즐거웠습니다." 장난을 받아쳤다.
복잡하고 어려운 고충들이 대화 속에서 가볍게 흩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의 해결책이 대화 속에서 나왔다. 해결책이 없더라도, 적어도 불편한 마음이 웃음 속에서 부서져 사라졌다. 선배 선생님들이 '아무리 일하기 힘들어도 사회생활 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종종 일이 너무 힘들고 교사가 적성에 맞는 건가 고민이 들 때,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곤 했다. 그런데 그 마음을 좀 더 신중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의 수많은 고민과 걱정과 불안도 이렇게 선생님들과 맺는 관계와 대화 속에서 흩어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운 채 학교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선생님들이 대단했다. 나도 저렇게 웃음을 얼굴에 주렁주렁 단 채로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