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7.
‘학교 가기 싫다.’, ‘요즘 애들은….’, ‘스트레스받는다.’, ‘힘들다.’ 학교로 출근하기 전, 퇴근한 후, 습관처럼 툭툭 던지는 말들이다. 한 교사는 열의 없는 직장인이 되어 밀려드는 업무와 곤란한 학생을 마주하며 괴롭다, 못 해 먹겠다,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 교사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학교가 괴로운 공간이길, 교사가 고단한 직업이길, 자신이 그런 진흙탕 속에 허우적대고 있길, 바라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 교사에게 말했다. ‘뉴스 보니까 요즘 애들 아주 건방지고 못됐던데요. 교사하기 너무 힘들겠어요. 애들은 역시 때려가며 키워야 하는 건데.’ 그제야 그 교사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 그렇게 못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교권이 추락했다고,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학교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삭막하고 전쟁 같은 곳만이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기도 해요.
글을 써야겠다. 다정하고 온화한 학교의 일상을 글로 공유해야겠다. 무심코 놓쳤던 고마움을 일기로 남겨야겠다. 뉴스에서는 학교의 따뜻함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습관처럼 힘들다는 말을 던지는 교사는 사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까.
30대_고등학교_비담임_교무기획부
학교가 조금 뒤숭숭했다. 교육과정 회의 때문에 그랬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어떤 선생님 때문에 그랬다. 비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선생님에게 상처받은 선생님을 전화로 달래다가 갑자기 커피를 한 잔 하게 되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선생님을 그냥 지나친 게 마음에 걸려서 내가 먼저 권했다.
카이막 세트를 시켜 먹으며 열심히 불만을 토로했다. 과격하게 말을 받아쳤다가 서로 토닥이면서 즐겁게 웃었다. 세상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지나치게 이기적인 사람,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 학교에도 당연히 있다.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 번쯤은 꼭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잘못 걸려 상처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늘 선생님처럼. 그럴 땐 음식을 사이에 두고 불만을 토로하며 공기 중으로 흩어버리면 그만이다. 너무 오래 상처받지 말고 과격한 말장난과 함께 웃음으로 덮어버리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준 상처를 곱씹고 상대방을 미워하는 것보다 나를 위해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그런 사람에게 상처받고 미워할 시간이 아깝다. 선생님도 그러셨으면 좋겠다.
우연히 MBTI 이야기가 나왔는데, 선생님은 T란다. 나랑 대화할 때 아무래도 F 같았어서 F 아니야? 물었더니, 친하고 소중한 사람한테만 그렇게 하는 거란다. 나는 그냥 동료 교사가 아니라 친구란다. 마음이 찡했다. 감동을 받았다. 직장 동료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만 주위에서 들었어서 더 그랬다. 언젠가 여행을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흔쾌히 수락했다. 기분이 좋았다. 시절 인연이라 해도 어쨌든, 지금은 좋다.
얼떨결에 늦은 저녁도 같이 먹고 헤어졌다. 사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릴 예정이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차 한 잔 하고, 저녁 먹고, 수다 떠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생님과 더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내일은 다른 선생님까지 합해서 셋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일은 또 어떤 대화를 하며 웃게 될까? 즐거울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