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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Jul 09. 2024

우리 아이가 다정하다는 것

무엇이 다정한 아이를 만들까. 

오늘 아침에 동네 이웃집 언니를 만났다. 그 언니는 가끔씩 나 없는 동안의 우리 아이들을 마주쳤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에는 1호(첫째, 10살 여아)가 만나면 반갑게 인사한다는 이야기, 반갑게 인사를 해줘서 고맙고 좋았다는 이야기, 2호(둘째, 8살 남아)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이야기, 등등... 내가 없는 순간 우리 아이들을 만났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새롭고 재미있다.


오늘 들려준 이야기는 또 새로웠다. 1호가 이웃집 동생에게 '머리 잘랐네. 예쁘다'라고 했다는 것, '꿀 맛있게 잘 먹었어. 고마워.'라고 했다는 것이다. 언니는 어쩜 그렇게 다정하게 말을 하냐면서 고맙다고 했다. '아 정말요? 내가 우리 딸에게 한번 더 반하는 순간이네요! 기특하다.'라고 대답했다. 


나 없는 순간에, 아이들은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잘 해나고 있었다. 이웃들에게 밝게 인사하고 (나랑 있을 때는 그 정도는 아니어서, 상상이 안 가지만) 동생들을 잘 챙기고, 바르게 행동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이 고맙다. 그리고 그동안 이웃들에게 밝게 인사하는 것, 바른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한 것, 사랑을 부어준 것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집 안에서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실망하며 한숨으로 지난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이의 모습을 통해 걱정되는 부분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잘못 키운 건 아닌가 푸념이나 늘어놓던 엄마는 온데간데없고 나도 참 웃기다. 



한편, 아이가 다정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생각해 본다. 부모님의 애정, 지지에서 올까? 부모님의 인간관계를 보면서 배울까? 공동체에서부터 올까? 부모가 다 채울 수 없다. 조부모님들, 이모, 삼촌들, 교회 어른들, 교회 언니들 등등 공동체가 있기 때문에 사랑 안에서 자라 가고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들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아이들이 사랑받고 자랄 수 있음은 축복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을 할 수 있다. 



이웃집 동생에게 다정하게 인사하며, 사랑을 흘려보내고 있는 나의 큰 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잘해줘야지. 아이의 본심을 오해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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