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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Oct 02. 2023

울고 있는 내면아이를 만난다면

당황하지 말고 이렇게.



최근에 2개월 동안 부모님의 상황으로 인해서 분노의 감정이 폭발했다. 나도 당황스럽고, 부모님도 평소와 같지 않은 나를 보며 심상치 않음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시간을 벌겠노라 하면서 거리두기를 시전 했다.


글로 감정을 표현하고, 알아차리는 일을 지속했다. 글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가족 관련 책을 잡히는 대로 찾아 읽으면서 나와 부모님의 관계를 연구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관점을 새롭게 하며 이겨나가고 있는 중이다.


나부터가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언제까지 그러는 거야? 대체 언제까지 불만을 토로할 건데? 부모님께 감사할 줄도 모르는 나쁜 X’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한편으로는 ‘거봐! 나 안 괜찮다는 거잖아! 내가 나를 보호해야 해.’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혼란스러웠다.



상처는 표현하고, 드러내고, 공감받아야 살아진다.

첫 장거리 운전하며 김해에 가던 날 차 안에서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윤홍균’ 작가님이 마음의 응어리가 현재 성장을 방해한다고 느낄 때, 상처를 표현하고 공감받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내가 지금 그걸 해야 하는 시기구나, 그리고 내가 나에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번에 내가 가장 다정한 내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누가 나에게 관심이나 있겠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이해해 줄까? 같이 심각해지기만 할 텐데…‘ 하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고 안전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공감을 기대하기보다는, ’ 공감해 줘, 이해해 줘. 이해받고 싶어.’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흔들리는 과정은 분명히 괴롭지만, 유익하다.

나는 줄곧 ‘왜 계속 어린 시절은 회색이지? 부모님은 나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나는 왜 어릴 적 기억이 회색이지….?‘ 생각해 왔다. 불안하고, 어두웠던 어린 시절에 대해서 풀지 못했던 열쇠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비로소 내가 조금씩 나에게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나를 만나주고, 다독여주는 일을 할 수 있고 점점 단단해지는 데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제는 낡은 둥지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꺼내서 새로운 둥지로 옮겨줄 수 있다.



살다 보면 현재에 일어나는 일이 과거의 어린 시절의 감정을 소환하면서 울분을 토하는 내면아이를 만나게 해 준다. 배우자와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감정을 만날 수 있다. 가정은 어린 시절이 재현되는 곳이다. 왜냐하면 시달림, 외로움, 학대와 방치당한 감정 밑에는 무시되고, 결핍된 나의 욕구들이 미해결 된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돌봄 받고 싶은 욕구에 집착해서 살면, 애써 꾸린 새로운 둥지에서도 지난 과거를 그대로 반복하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다. 미처 자라지 못한 내면의 어린아이가 불러일으켜지는 순간이 있다면 손뼉 치며 기뻐하자. 이제는 꺼내주고 다독여주어서 훌쩍 자랄 수 있는 타이밍이다. 가정생활을 하면서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만난다면 당황하지 말고,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보자. 그때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는지, 무엇이 필요했는지 알아차려보자.


나는 글쓰기(나를 만나기), 책 읽기(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기), 사람(말하고 공감받기) 이 세 가지를 통해서 이겨내고 있다.



1. 글쓰기 (나를 만나기 ) : 오늘의 상황, 감정, 행동, 생각에 대해서 적으면 안전하게 나를 알아차릴 수 있다. 이는 나의 치유와 성장의 기록이 된다.

2. 책 읽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 책을 읽으면 나를 읽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팟캐스트나, 유튜브도 포함이다. ’ 내 마음이 그거였구나’ 알아차리게 되고, 먼저 겪어나간 사람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3. 사람 (말하고 공감받기) :  공동체와 함께 아픔을 나누면 치유의 에너지가 서로 간에 증폭된다. 다만 안전하고 신뢰로운 사람들과 나눔이 중요하다. 위로가 필요해요. 공감해 주세요 요청하자.


 나를 휩쓸어갈 것 같은 감정도 잘 표현하고 느끼고 나면 자연히 지나간다. 지금은 다 알지 못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에 이 세 가지는 스스로의 관점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유연하게 바꾸어 나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고, 그럼 상처 입은 사람에서  단단한 사람으로 치유되며,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뒤에야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새롭게, 내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새롭게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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