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유진 Jul 05. 2022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03. 그늘 입구

역에 곧 있으면 도착한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기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서서히 속도를 줄이자, 서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출구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파리 리옹역과는 비교도 안되게 조그마한 역에 기차가 멈쳤고, 서지는 기차에서 내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파리와 다를 바 없는 무더운 날씨에 공기는 뜨겁게 달궈져 있었지만, 서지는 더 이상 이 더운 날씨가 불편하지 않은 듯 했다.

'역시 시골 공기는 좋아'

안소피 할머니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로 갈아탄 서지는 버스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숲을 보며 감탄했다.

버스는 숲을 가로질러 가는 듯 했고, 그동안 따듯한 햇살을 잘 받는 나무들은 초록색빛을 가득 뿜어냈다. 한동안 그렇게 숲을 보고 있자니,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큰 바위들이 서지의 눈에 들어왔다. 버스안에 있는 서지의 눈에도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으니, 서지는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들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거대한 몸체를 느러뜨리며 이곳 저곳에 널러져 있는 바위들 때문인지 퐁텐블로 숲은 신령스러운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퐁텐블로에 처음 놀러왔을 때 서지는 퐁텐블로 숲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저 퐁텐블로성 하나 방문할 요령으로 가족들과 놀러온 서지에게 퐁텐블로 숲 이야기를 먼저 꺼내건 다름 아닌 안소피 할머니였다. 바르비종학파인 밀레와 루소가 즐겨 산책한 숲, 그리고 지금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클라이밍 애호가들이 자연암벽을 하기 위해 찾는 숲. 그렇게 퐁텐블로 숲의 나무들은 아주 예전부터 자신을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크고 좋은 그늘을 내어주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할머니 집 앞에 도착하자, 서지는 이 대문 앞에서 엄마,아빠 그리고 언니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문이 열리길 기다렸던 때를 떠올렸다. 서지의 졸업식을 보러 한국에서 온 가족들은 파리에 온김에 파리 근교 여행을 계획했고, 파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퐁텐블로에 놀러 왔었다. 할머니네 정원에서 바베큐도 해먹었고, 보드게임도 했었다. 여기가 프랑스인지 한국인지 잊은 체 서지는 오래간만에 가족들에게 기대어 그동안 긴장한 몸과 마음을 풀었었다.

그렇지만 3개월만에 안소피 할머니네 대문앞에 선 서지는 다시 혼자였다.


작가의 이전글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