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유진 Jul 11. 2022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06. 맞지 않은 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게 서지가 바라던 데로 흘러가는 듯했다.

프랑스 친구들도 두 번씩 보는 학교 졸업 시험을 한 번에 통과했고, 졸업식에는 서지를 축하해주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온 가족들이 있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가족들을 돌려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졸업 전 면접을 본 회사로부터 취업 합격 메일까지 받았으므로 서지는 그동안 고생한 유학생활을 보상받기라도 한 듯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서지는 조금 더 욕심을 부리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이 결혼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야’

부모님이 파리에 다녀간 후 서지는 브누아에게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브누아는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서지도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터, 이제 결혼할 만한 여유와 자격이 생겼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사귄 지 3년 정도 되었으니 결혼으로 넘어갈 만한 적당하고 합리적인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무엇보다 서지는 그동안 누누이 브누아에게 한국문화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한국에서는 동거를 그리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모님은 그 두 글자를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러니 자신은 프랑스에서 그 흔한 동거 대신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서지가 단 한 번도 브누아가 아닌 다른 사람을 결혼 상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고 헤매는 서지를 처음부터 도와준 사람, 학교 과제며, 집 계약 문제, 체류증 문제, 회사 면접까지, 서지는 모든 문제를 브누아와 상의했고 브누아는 서지의 모든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반대로 브누아 서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신의 문제를 상의하고자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서지는 그저 브누아가 꽤 독립적인 사람이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크게 신경 쓰려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끔은 너무 터놓는 것이 없는 브누아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서지는 그렇게 어느덧 브누아와 상의하지 않으면 아주 조그마한 일도 혼자서 결정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서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브누아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 건, 브누아가 지금처럼 항상 자신의 옆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모든 게 달라져야 했다.

작가의 이전글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