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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유진 Jul 13. 2022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08. 퐁텐블로의 아침

퐁텐블로의 아침 공기는 벌써 따뜻하게 익어 가고 있었다.

‘얼마나 잔 거지?’

서지가 눈을 비비며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거실 소파에는 고양이 몬티가 귀를 쫑긋 세운체 자고 있을 뿐 안소피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서지는 거실을 지나 부엌을 둘러보았다. 부엌 조리대에는 두꺼운 요리책 하나가 펼쳐져 있었고, 펼쳐진 요리책에는 고구마 전처럼 보이는 그림과 함께 만드는 법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Soul Food!" [쏘울 푸드!]라고 볼펜으로 적혀있었다.

“일어났구나, 잘 잤니?”

뒷마당 정원에서 바질 잎 몇 개를 따 가지고 들어온 안소피 할머니는 펼쳐진 요리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서지를 향해 아침 인사를 건넸다.

“아침을 먹어야지, 아직 많이 덥지 않으니 뒷 정원에서 먹으렴”

그러더니 안소피 할머니는 냄비에 물을 붓고 계란 한 알을 넣었다. 

물이 끓자 가스불을 끄고는 2분 30초 요리 초시계를 맞춰두고는 호두가 들어 있는 넙적한 호밀빵 두 조각을 썰어 토스트기에 넣었다. 서지는 할머니가 직접 만든 수제 살구 쨈과, 레이첼이 영국에서 사 가지고 왔다는 얼그레이 티 상자를 들고는 할머니가 말한 뒷 정원으로 향했다.  

뒷 정원에는 큰 나무 하나가 있었다.  

나무 밑에는 목조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놓아져 있었다. 

서지는 살구 쨈과 얼그레이 티 상자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커다란 그늘을 내어주는 이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진한 초록색 나뭇잎들 사이사이에는 계란만한 초록색 열매가 수십 개 아니 수백 개는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초록색 열매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그려놓은 것 같이 삐뚤삐뚤한 검은색 선들이 지그재그로 그려져 있다. 

'무슨 열매지?'

'할머니께 물어봐야지'

서지는 할머니가 있는 주방으로 돌아가 계란과 토스트, 가지런히 썰어진 아보카도까지 담은 접시를 받아 나왔다. 그리고 나무 아래 할머니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지가 알맞게 구워진 호두빵 위에 살구 쨈을 듬뿍 올려 보았다. 

이미 아침식사를 한 안소피 할머니는 따뜻한 얼그레이 티를 한 모금 마셨다.

정원에는 안소피 할머니와 서지외에도 솜털이 가지런하게 난 노란 꿀벌이 보라색 라벤더와 빨간 제라늄 꽃 사이를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 꿀을 찾고 있었다.   

얼그레이가 진하게 우러난 머그잔을 내려놓고 안소피 할머니가 서지에게 물었다.

“그림을 샀는데, 마침 표구가 마무리되었다는구나. 좀 있다 그림을 찾으러 여기서 멀지 않은 느뫼르에 같이 가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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