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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유진 Feb 03. 2022

La vie en France - 원치않은 가족

01. 방배정

월월!!

문을 열고 들어오자 록스가 짖어댔다.

시어머니는 왔구나 하시며 한쪽으로는 록스를 붙잡고 나가지 못하게 막고 계셨다.  

우리는 서둘러 현관문을 닫았다.

짐을 일단 현관 쪽에 모아놓고 줄리앙은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기차에 사람이 많았네, 기차는 한 번도 늦지 않은 적이 없네부터 시작해서 프랑스 사람들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알기에, 아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집에서 5시에 나왔으니 벌써 6시간을 케이지 속에 갇혀있었다.

답답할 텐데 빨리 풀어주고 물도 먹이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아브를 가리키며 아브를 풀어놓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그럼 여기에 풀어놓으면 어떻겠냐는 시아버님.

‘아니 아브보다 다섯 배는 큰 시바견이 어스렁거리는데 이제 10개월도 채되지 않은 고양이를 어떻게 풀어놓으라는 거지.’

시아버지는 록스가 저렇게 보이긴 해도 겁이 많아서 아브에게 절대 아무 짓도 못할 거라 하셨다.

그리고 덧붙여서 록스가 어릴 적 고양이랑 같이 컷으니 괜찮을 거라고 하셨다.

시댁에 아브를 데리고 오는 게 과연 괜찮을까, 일주일 동안 고민했던 게 떠올랐다.

아브는 우리가 머무는방에 있으면 되고 그 방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할 테니 괜찮을 거라는 말에 안심하고 데려왔는데, 역시 시부모님은 아브와 록스를 만나게 해주고 싶은게 분명했다.

나는 시어머니 쪽과 줄리앙을 바라보며, 일단 오늘은 아브를 방에다가 풀어놓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고 다행히 시어머님은 그럼 방배정을 해줄 테니 짐을 가지고 올라가자고 하셨다.


2층으로 올라가면서 시어머님은 침대에서 샤워실이 보이는 방은 나를 위해 선택지에서 일부러 제외하셨다고 했다. (동양 애라) 이런 방을 불편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다나….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보니 호텔식으로 방안에 샤워실이 불투명한 유리 칸막이로 보이는 그런 구조를 말씀하시는 거였다.

그리고 그 샤워실 방은 먼저 온 둘째 아드님과 여자 친구가 쓰도록 배정하셨다고 했다. 

« 아, 그런 방도 있으셨어요? »

« , 다른 방 주셔서 감사해요 » 라고 마무리지었다.

우리 방은 여기라며 시어머니는 계단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방문 하나를 여시고 들어가셨다.

방을 보여주시면서 우리를 위해 이미 창문 쪽 히터 두 개는 틀어놓으셨다고 했다.

그리고 두꺼운 이불이니 잘 때는 따뜻할 거라고 하셨다.

나는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어머님께 짐 정리하라며 나가시자, 나는 재빨리 아브를 풀어줬다.

아브는 풀어주자마자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래 새로운 환경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

그리고 방을 둘러보는데 역시 춥다.

« il fait froid, non? » (좀 춥지 않아?) 줄리앙을 보고 말하니, 줄리앙은 « 엄마 말대로 침대 이불속으로 들어가면 하나도 춥지 않을 거야 » 라고 한다.

역시 도움이 안 된다.  

집이 커서 그런가, 아니야 시골이어서 더 추울 수도 있어, 하며 히터 쪽을 기웃거렸다.

자세히 보니 히터의 1,2,3,4,5,MAX 중에 3에 맞춰져 있었다.

나는 당연히 히터를 MAX까지 올렸다.

 

아브에게 물과 사료를 주고 주방으로 내려오니 시어머니는 오븐에서 감자 연어 그라탕을 꺼내 주셨다.

잘 먹겠습니다!

하고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물어봤다.

« 이거 어머님이 하신 거예요? »

이건 사 온 거라고 하신다.

괜히 물어봤다.

질문을 바꿨다.

« 내일은 누가 오는 거예요? »

내일은 1224, 크리스마스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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