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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유진 Feb 14. 2022

La vie en France - 원치않은 가족

03. 한 시간 외출

« ça sent trop bon » (냄새가 너무 좋아!)

시장에 도착하니 입구에서부터 음식 냄새도 나고 사람 냄새도 났다.

시장안으로 들어가니, 천고가 높은 녹색 지붕 아래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줄을 서고 있었다. 그리고 녹색과 하얀색 타일이 교차로 펼쳐진 넓은 체스판같은 시장 바닥은 아주 뚜렷하고 깨끗하게 보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시장 어디를 둘러봐도 발에는 밟히는 게 없었다. 과일이며 생선이며 고기 치즈 등 모든 상품들은 진열대 위로 올라가 있었으므로, 시장이었지만 마치 깔끔하게 진열된 백화점 식품코너에 와 있는듯 했다.


사람들은 코로나로 일 년 내내 우울하다 못해 끔찍했던 기억들을 떠내 보내려는 듯 오랜만에 북쩍거리는 시장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 파리가 아니어서 그런지 해산물이 더 싱싱해 보여 »

굴이며, 새우, 랍스터가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로 올려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 이거, 이거, 아니, 이것도 맛있어 보인다 » 하며 나도 리모쥬 시장에 취해 있을 즈음 시계를 보고 화드득 깼다.

'늦겠다..'

가족들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재빨리 저쪽에 자리 잡은 빵집 아저씨에게로 갔다.

고기빵을 파는 빵집 아저씨 스탠드는 시장 왼편 중간쯤에 있었는데 정사각형의 빵집 자리에 맞춰 사람들이 선 줄도 정사각형 형태로 꼬부라져있었다. 그래도 금방 줄겠지를 기대하며 우리도 그 줄에 합류했다.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서 하염없이 기다리기에는 5년 동안 프랑스에서 기른 인내심이 턱없이 부족했다.

프랑스에서 줄이 금방 줄어들리가 없지, 혼자 또 최면건거야, 고기빵은 줄리앙에게 맡겼다.

빵가게 옆에 치즈 가게며 tripe (내장 소시지 가게)를 기웃거리다가 마침내 고기빵을 품은 줄리앙을 보고는 서둘러 시장을 빠져나왔다.


혹여나 다들 기다리고 있을까봐 안절부절 운전하는 나를 보며, 줄리앙은 걱정하지 말고 좀 천천히 가라며 잔소리를 했다.

20분 정도 차를 몰자 시댁에 거의 도착했다.

'점심 식사 시간에 맞추어 도착할 수 있겠다!' 

하는 안도감과 함께 차로를 빠져나와 시댁으로 들어가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에 접어들었다.

어젯밤 시아버님 차 뒷좌석에 앉아 볼 수 없었던 그 길에는 나뭇잎을 뺏겨 벌거벗은 검은색 나무들이 양쪽으로 줄을 지어 서있었고, 나무들 뒤편으로는 무엇을 경작했는지 알 수 없는 밭이 보였다.

나무터널을 조심스럽게 지나고 나니 뜻 보기에도 심각해 보이는 철 울타리가 열병식 준비를 하듯 길게 펼쳐져 있었다.

철 창살 하나하나 사이로 저 멀리 집이 보일 듯 말듯했다.

철문이 열리고 부담스럽게도 또 길이 이어졌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양갈래로 나뉘어 오른쪽 길인지 왼쪽 길인지 택해야만 했다.

오른쪽길을 택해 중간에 펼쳐진 풀밭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최대한 침범하지 않으려 조심하며 다시 한번 차를 천천히 몰았다.

경사진 길을 올라갈수록 언덕 위에 조금씩 더 부담스럽게 완전한 자태를 드러내는 그 집을 보고 줄리앙에게 말했다.

 « 맞아, 여기 성이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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