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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수혁 Feb 27. 2023

창업할 때 '호갱' 안되는 법

골목의 약탈자들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드려요
· 창업 컨설팅을 통한 창업에 관심이 있는 분
· 기존 매장을 양도·양수하려는 분
· 이 외의 중개를 통해 창업하려는 예비창업자


저는 2019년 여름 무렵부터 마이프차 사업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예비창업자들이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을 학습해 보기 위해서 스스로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이 되어 인터넷으로 여러 정보들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무언가 수상해 보이는 매물 중개 사이트들을 많이 접한 것도 그때였습니다. 고매출,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식의 홍보문구와 함께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 양도양수 매물을 업종별로 등록해놓고, 창업 컨설턴트라 불리는 담당자 전화번호로 상담을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창업 컨설팅이라고?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 조악한 사이트 이미지들 때문에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대체 이 창업 컨설팅이란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습니다. 궁금증을 가지고 더 많은 탐색 끝에 한겨레 탐사팀이 2019년 3월에 보도한 내용을 발견하고 창업 컨설팅의 실체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보도 내용을 통해서, 순진한 자영업자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양수인과 양도인 사이에서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는 자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체를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시작하면서부터 큰돈을 잃고 그 돈을 만회하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처절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이 시장에 존재하는 커다란 문제를 목도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땀 흘려 노력하는 자영업자들을 도와 건강한 프랜차이즈 시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더욱 공고히 가지게 되었고, 2년째 마이프차 서비스를 만들어가면서 오늘도 매일 다짐하고 있습니다.


당시 한겨레 장나래 기자님이 직접 창업컨설팅 회사에 위장취업하여 잠입 취재한 내용을 보다 생생하게 정리한 내용을 엮어 최근에 "골목의 약탈자들"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창업 컨설턴트들이 순진한 자영업자들을 덫에 빠뜨리는 현란한 술수와 생생한 사례들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분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마이프차가 이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끝내 혁신해 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실 예비창업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몇 가지 추려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약탈자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창업컨설팅 업체들은 먼저 포털사이트에 창업과 관련된 검색어 키워드를 광고비로 장악하여 본인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유인합니다. 창업OO, OO창업, 점포OO 등 제각각 이름이어도 사실상 한 업체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별 창업 컨설턴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들이 어느 덫이든 물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런 창업사이트에는 유명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매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여러모로 초보창업자들을 낚기 좋아서입니다. '풀오토매장', '월 1천만 원 보장' 등 수식어로 설명하지만 대부분 허위매물입니다. 하단에는 담당 컨설턴트 사진과 함께 핸드폰 번호가 올라와 있습니다. 일단 전화상담을 유도한 뒤 '빠꼼이'는 거르고, '상태 좋은 구매자'를 낚아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빠꼼이: 창업에 빠삭해 정보만 빼내갈 위험이 있는 고객. 실제 위험이 발생하면 블랙리스트에 등록해 연락을 피한다.
상태 좋은 구매자: '빠꼼이 아님'. 초보이면서 귀까지 얇아서 설득이 쉬워 창업컨설팅업체가 주된 계약 대상으로 삼는 고객을 일컫는 말


다음 단계는 사무실 내방 유도입니다. 강남역 오피스빌딩 한복판에 200평 규모의 번듯한 사무실로 고객을 불러 2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정장 차림으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VIP 대접을 합니다. 큰 규모의 회사라는 것을 보여주어 안심시키고, 고급 서비스를 받는 듯한 느낌을 주어 나중에 계약 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할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입니다.


출처 = “귀 얇은 사람 공략”…‘사기꾼 양성소’ 전락한 창업컨설팅 : 한겨레 (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서울의 한 창업컨설팅 업체 사무실 모습. 남녀 모두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 한다. 손님들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다음은 '감아오기' 전략에 돌입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업종이나 아이템이 아니라, 창업 컨설턴트 입장에서 수익이 많이 남을 수 있는 매물로 유도하는 작업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아이템은 일부러 단점을 부각하면서 매력이 떨어지는 매물을 보여주고, 반대로 본인이 계약을 유도하고자 하는 업종과 아이템에 대해 장밋빛 수익 전망을 제시하면서 편하게 돈 벌고 싶어 하는 초보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회원을 많이 모아둔 헬스, 요가, 필라테스 매장(사실은 폭탄세일로 단기간에 끌어모은 고객들)을 소개하며 인수하기만 하면 돈이 알아서 굴러들어온다거나, 100퍼센트 풀오토로 주인이 직접 매장에 나가지 않아도 다 세팅이 되어 있다는 식으로 설득합니다. 고객이 솔깃해한다 싶으면 다른 매수자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결정을 재촉하면서 계약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권리금 작업 구조

그렇다면 창업 컨설턴트 입장에서 수익이 많이 남는 매물이란 어떤 것일까요? 바로 권리금 작업에 비밀이 있습니다.

창업컨설팅 업체에 입사하여 처음 일을 시작하면 전화로 팔 매장을 구하는 이른바 '매물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매장에 전화 걸어 사장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각종 사칭 매뉴얼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집요할까요. 멀쩡히 잘 운영 중인 가게라도 장사란 늘 힘들기 때문에 집요하게 공략합니다.

"장사 힘드시죠? 매장 파실 생각 없으세요? 제가 권리금 이만큼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며 매물화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부터 심리전으로 들어갑니다. 빨리 팔되 권리금도 많이 받고 싶은 점주의 이중성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가짜 손님을 내세워 "손님이 지금 바로 계약하려는데 돈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시네요. 권리금을 좀 낮추면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하며 권리금 후려치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한 달 두 달 시간을 끌면 점주는 점점 불안감이 커지면서 빨리 팔 수만 있다면 권리금 욕심을 포기하는 단계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반대로 매수자에게는, 교묘하게 인건비나 카드 수수료, 세금 같은 항목을 누락해서 매출 대비 수익성이 높은 계산을 보여주고 높은 권리금의 정당성을 설득합니다.

이쯤 되면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셨나요? 네, 이들의 목표는 바로 매도자에게는 최대 무권리 상태까지 권리금을 후려치고, 매수자에게는 최대한의 권리금을 받아내어 본인의 수수료로 챙기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중간에서 챙기는 수수료가 계약 건당 보통 2천만 원에서 4천만 원가량, 많게는 1억까지도 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당할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높은 권리금을 지불하고 들어왔던 자영업자는 쓴맛을 보고 빠져나가기 위해 또다시 자신에게 작업했던 창업 컨설턴트에게 매장을 내놓고 팔아달라고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권리금 폭탄 돌리기죠.  



빠꼼이가 되어야 한다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조건 창업 시장과 현실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창업 컨설턴트들은 귀가 얇은 초보창업자 만을 노립니다. 나는 빠꼼이라서 괜찮지만, 우리 부모님이나 삼촌, 친척 동생, 누군가는 당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창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꼭 관심을 보이며 캐물어보고, 혹시라도 이런 부류의 컨설팅업체와 엮여서 진행 중이라면 조심하라고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 바닥에서 더 이상 이런 나쁜 행태가 발붙일 수 없을 테니까요. 정말 정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시장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들춰보니, 업계를 위한 일을 하는 입장에서 매우 씁쓸한 마음입니다. 물론 모든 창업 컨설턴트가 이런 나쁜 업체들은 아닙니다. 진정성 있게 자영업자들의 성공을 돕는 컨설턴트들도 많이 있고, 오늘날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본사도 점주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공을 추구하는 바람직한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두려움만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스스로 경험하고 공부하셔서 빠꼼이가 되신다면, 오히려 이런 컨설턴트들이 가진 정보들을 이용하여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이 책을 읽어보시거나, 아래 링크한 한겨레 기사 및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세요.

한겨레 기사

자영업자 등쳐 억대 연봉 챙기는 '권리금 사냥꾼들'

“귀 얇은 사람 공략”…‘사기꾼 양성소’ 전락한 창업컨설팅

한겨레tv

"권리금 2억원을 8개월 만에 0원으로 후려졌다"[자영업약탈자들.1편]

"1억3000만원 투자, 월 1000만원 보장"에 전화를 걸어봤다[자영업약탈자들.2편]

상가에 병원 연다더니…그 의사는 ‘배우’였다[자영업약탈자들.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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