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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한 삶이 좋아 May 11. 2023

오프닝 노크

잊지 말고 깨워주십시요

아침이다.

소통의 회로가 작동한다.

밤새 나는 죽은 듯이 자고 있었나? 나만은 알 수 없다. 

동이 트고 자동 매뉴얼이 작동된 것처럼 의식한다. 

당연한 줄 알았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 나태주 님, 선물의 한 구절


어젯밤, 작별인사도 없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늘 이 아침, 내가 의식하지 않았다면

그걸로 세상과는 영영 이별이었음을 늘 잊고 산다.

반드시 깨어날 것처럼 착각 속에 살아왔다.

반드시 건강하게 의식이 돌아올 것이란 착각 속에 살아왔다.

기적은 내 삶에선 없는 줄 알고 많은 것에 대해 툴툴거린다. 

날마다 날마다 아침이면 내게 기적이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겨우겨우 일어났다.


하나님

오늘도 하루 

잘 살고 죽습니다

내일 아침 잊지 말고 

깨워 주십시오.  / 나태주 님. 잠들기 전 기도



밤새 내려져 있던 장막을 걷어낸다.

몇 시간 동안 세상과 나를 단절시켰던 거실 블라인드를 천장까지 바짝 올려놓는다. 

서서히 마주하는 찰나,

미묘한 감성이 훅 지나간다. 

나는 지금, 세상을 향한 조심스런 노크를 하고 있다.

똑. 똑. 똑.

사선으로 내리는 햇살에게도

묵직한 회색의 구름에게도

세차게 내리꽂는 비에게도 말을 건다.



산다는 것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오느라 참 많이도 힘이 들었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다.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이고

살다 보니 그럭저럭 살아졌다. 

어떻게 살아냈는지 기억은 점점 희미하다.

더러더러 어제 겪은 것처럼 생생할 때도 있다.

혹독한 삶의 겨울을 지날 때면 어떻게든 지나가겠지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애써 견디며 살아왔다.

크거나 작거나한 고비고비 너머 서며

잘했노라 격려하며 한숨 돌리며 살아왔다. 


이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안빈낙도의 삶이라도 좋겠다는 것.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이라 말하는 어느 시인의 소리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것.

행복은 항상 먼 곳에 있는 줄 알고

그것을 찾아 먼 길을 돌아 돌아 헤매이다 결국 보지도 손에 넣지도 못하고 마는 미련함을 자초하지 않는 것이면 좋겠다.


어쩌면 어느 곳 아수라판을 훑고 지나왔는지도 모를 이 아침의 밝음을 마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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