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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Sep 24. 2024

미용학원에서 같은 이민자를 만났다

인간의 대단한 동질감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학원에 도착해서는 도구들 세팅하고 지난 시간에 이어서 여자 통가발 드라이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어떤 수강생에게 새로 오셨으니 전반적인 수업 설명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신규생이라면 누구나 밟는 절차라 그려려니 했다.


나는 내꺼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는데 그때 들려오는 선생님과 그 수강생님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 했다.


선생님: ”왜 미용을 배우시려고 하시나요? “

수강생: “이민... 미용실.... 알바....”


수강생님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다 듣지는

못했지만 이민! 미용실! 알바! 이 세 단어는 얼마나 귀에 콕 박히게 잘 들리던지! 그때부터 그분이 너무나 반가웠다. 얼굴도 모르고 어떤 이민인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분인데 타지에서 만난 것 마냥 동질감을 크게 느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선생님과 그분을 향해 “저랑 같은 분이시네요! 너무 반가워요”라고 큰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짧은 인사가

오갔고 다시 나의 통가발 드라이에 초집중.


두 시간은 금방 흘렀고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그 수강생님이 내 쪽으로 오셔서 뭘 여쭤보셨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잔 하시자고 용기 내어 여쭤봤다.


오히려 먼저 물어봐줘서 고맙다고 해주셨네?!


그렇게 커피 주문 후 의자에 앉으면서부터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무려 두 시간이나 수다(?)를 떨었다.


나는 이민을 고려&준비 중인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라고 내가 아는 모든 정보를 알려드리려고 노력한다. 서로서로 도와야 그 힘든 여정이 그나마 덜 외로울 거라 느껴서다. 나 또한 여러 정보들을 알게 되어서 감사했다.


마지막에 그 수강생님이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부정적이었고 피하고만 싶었던 이민을, 이번 만남을 통해 나 자신이 얼마나 나약했는지 반성하게 되었고 긍정적인 힘을 얻어 갑니다”


부디 우리 모두 힘든 일은 금방 지나가고 사랑하는 날들이 많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3주 동안 고생 많았다 통가발씨. 드디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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