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준비는 이케아에서
텅 빈 새 집.
그나마 주방 가전들은 모두 빌트인이라 다행이다. 이사하는 날 오전부터 주문했던 IKEA 가구들이 배송되기 시작했다. 거대한 트럭이 오더니 끝없이 내려오는 박스들. 모두 다 우리 거다. 세상에...:
주문한 건 몇 개 안 되는데 낱개로 배송되니 박스만 해도 총 32개가 됐다. 조립 서비스를 같이 신청하려다가 제품값만큼 인건비가 들어서 그냥 내가 다 해보자 했다. 결론은, 난 박스들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 주방일이 왜 그리 많은지 아침 먹고 설거지하면 점심 준비해야 되고, 점심 먹으면 또 설거지. 그러면 또 저녁 먹고 애들 씻기고 재우기. 집에 준비된 게 없으니 식기세척기가 있어도 쓰지 못했고 텅 빈 냉장고였지만 꾸역꾸역 어떻게든 해결했다.
다리 다친 남편이 한 발로 깽깽이 하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침대 3개, 소파 1개, 식탁 1개, 의자 5개, 책상 1개, 아기 수납장 2개, 헹거 1개, 전면책장 3개. 아들과 힘을 합쳐 모두 다 조립해 줬다. 남편이 조립하고 나면 나는 뒷정리 담당. 부피가 큰 제품들이다 보니 박스들도 어마무시하게 크고 두껍고 무거웠다. 높이는 내 키의 두 배정도 되는 듯싶었다. 발로 열심히 밟아 납작하게 만들어 접고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사람을 쓸걸... 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다 했다.
분리수거는 문 앞에 두면 새벽 사이에 가지고 간다고 해서 뒀는데 부피&무게가 말도 안 되는 정도라 그런지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고 작은 트렁크로 열심히 옮겨보았다. 언덕 아래에 분리수거함이 있어서 20초만 어떻게든 가지고 가면 버릴 수 있었다. 무사히 무탈히 모두 해치웠다. 어휴... 셀프 이사... 셀프 조립...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모르고 시작했으니 다행이다.
그리고 막판에 배송된 이삿짐 120kg 박스들. 한국에서 보냈던 이삿짐들인데 100kg가 어린이 한국책들이고 나머지가 필요물품. 이삿짐 쌀 땐 남편이 한국책을 왜 그리 많이 가져가냐고 해서 싸울 뻔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옳은 선택이었다. 이 책들 덕분에 장난감 1개씩 밖에 없는 집에서 아가들이 재미나게 독서를 한다. 책으로 놀고, 책을 읽고, 책으로 이야기는 나눈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