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더 첫 학부모 설명회
첫째의 킨더 입학 D-2.
수요일이 첫 등원날이고, 월요일 오후엔 학부모 설명회가 있었다.
오전에 잠깐 프리스쿨로 출근해 새 학기 준비를 조금 하고 집에 와서, 설명회 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는데도 겨드랑이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온몸 구멍이란 구멍에서 땀이 솟아나는 기분. 내가 다닐 학교도, 시험을 치르는 자리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고 긴장되는지. 결국 티슈 한 장씩을 겨드랑이에 껴 넣었더니, 세 살 딸이 빤히 보며 묻는다.
“엄마, 그건 왜 그래요?”
일찍 퇴근한 남편과 바통터치하고 킨더로 향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달렸는데도 땀은 줄지 않고, 심장은 쿵쾅거리고 숨이 차서 결국 어머님께 영상통화를 걸었다.
“어머님! 지금 첫째 학교 학부모 설명회 가는데 너무 떨려서 미치겠어요! 세상에 겨드랑이에 땀이 이렇게 나는 건 처음이에요!”
그랬더니 어머님 왈, “떨리면 애가 떨어야지, 왜 네가 떠냐” 하시며 한참 웃었다.
사실 얼마 전에 어떤 사건이 있었다. 방학 끝무렵, 친구 엄마가 추천해 준 운동 캠프에 첫째를 이틀 보냈는데, 간식 시간에 잠깐 들렀다가 수십 명의 백인 아이들 사이에서 둘째와 함께 모든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압도감이 훅—. 나름 강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불과 며칠 전 일이라, 다시 동양인 한 명 없는 학부모 모임에 간다는 생각에 더 진땀이 난 듯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최대한 안 떠는 척, 쿨한 척, 자연스러운 척하며 들어가야지. 차 안에선 어머님과 난리를 치다가도, 학교 앞에서는 단아하게 내려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다.
설명회 시작 시간이 다 되어 학부모들이 순식간에 몰렸다. 와… 또다시 땀샘 폭발. 게다가 어쩌다 보니 구석에 서게 됐는데, 앞쪽에선 기센 미국 엄마들이 기둥처럼 버티고 있어 옴짝달싹도 못했다.
다행히 곧 각 반으로 이동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교실에 들어가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프리스쿨 때부터 보던 낯익은 엄마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어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담임 선생님이 인사를 건네고, 약 한 시간 동안 전반적인 학교 생활 안내를 해주셨다.
끝나고 나오니 온몸이 가벼워진 기분. 집에 돌아와 맥주 한 캔을 원샷하며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토닥였다.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을 듯하다.
내일 아침 8시엔 첫째와 교실 투어가 있으니, 부디 알람을 제시간에 듣기를.
TMI)
어떤 학부모가 티슈 팩을 들고 와서 ‘저건 뭐지?’ 싶었는데, 설명회 중간에 ‘기부’ 얘기를 듣고 나서야 알았다. 이런 식으로도 기부를 할 수 있구나. 접수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