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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가족의 Dream 하우스

최고 학군지에 산다면 어쩔 수 없다

by 우주소방관

Eanes 학군, Bridge Point, Westlake.

이 이름들은 이제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학교, 직장, 그리고 우리의 시간까지 —

모두 이 지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민 온 지 8개월.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정말로 우리가 살 집’을 보러 갔다.

레드핀 앱에서 마음에 드는 집 네 채를 골랐고,

하루에 모두 볼 수 있도록 일정이 예약되었다.


첫 번째는 싱글 하우스,

두 번째는 타운하우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콘도형 하우스였다.


현관문이 열리자 아이들이 먼저 뛰어 들어갔다.

넓은 집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엄마, 이 방 마음에 들어요!”

“여기 밖에서도 놀 수 있어요?”

연신 웃으며 묻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오늘 본 네 채의 집 중

가장 마음에 남은 곳은 2800 Waymaker Way였다.

햇살이 참 좋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뷰도 근사했다.

Bridge Point 초등학교까지 차로 4분 거리.

층고는 높고, 바닥은 마룻바닥으로 반짝였다.

특히 오피스 룸을 둘러보며

남편이 그곳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순간, 모든 게 다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마을의 집은, 마음만으로 살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가격은 1.15밀리언 달러.

세금, 보험, HOA까지 합치면 한 달 7,900불.

지금 우리가 내는 렌트의 두 배였다.


계산기를 한참 내려놓지 못했다.

남편의 연봉은 충분했지만

내 연봉이 너무 적어서,

우리의 꿈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머리를 굴려봤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지금은 열심히 준비해야 할 때.

저축뿐만 아니라,

크레딧도 쌓아야 하고, 금리도 내려가야 한다.


직접 집을 보고 온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웠다.

무엇보다 지금은 사치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

(지난주에 토리버치 가방을 산 게 괜히 후회됐다.)


이제부터는 하루를 조금 다르게 살아가보려 한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그만큼 저축을 더 늘릴 것이다.

언젠가 다시 그 집 앞에 서게 될 날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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