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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Mar 09. 2024

학부모 상담

오늘은 한 학기에 한번 있는 학부모상담날이다.  지난번 상담 때는 아빠는 일 나갔고, 나랑 엄마랑은 아파서 못 갔었다.  학교에 엄마아빠랑 같이 간다는 건 언제나 긴장된다.  선생님이 뭐라 하실지 모르고, 상담 후 엄마아빠한테 또 무슨 얘기를 듣게 될지 모르니까...  이번에는 아빠도 쉬는 날이라 얀느까지 네 명 다 같이 갔다.  한 학생당 주어진 시간은 20분이고, 학생에 맞게 3가지 안건으로 얘기한다.

나는 집중을 잘 못하는데 사실 수업시간에도 그렇다.  옆에 친구들이랑 자주 얘기하고 놀고 혼자 그림 그리고, 딴생각도 하고.  한 번은 책에 한글로 낙서하다가 선생님한테 혼난 적도 있다.  별 내용 없는데 선생님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니까 그걸 엄마한테 까지 일러바쳐서 엄마까지 사과하셨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뭔가를 하라고 시키면 우리는 그걸 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니고 사실 딴일한다고 못한다.  내 베프 카타린이랑 원래 같이 앉았는데 우리 둘이 맨날 떠들고 놀기만 해서 선생님이 멀리 떨어뜨려놨고 둘이 얘기하는 건 금지다.  그래서 내 옆에는 다른 친구들이 앉는데 엄마는 좋은 친구들이랑 같이 앉는다고 좋아했는데 나는 걔네들이랑도 같이 논다.  그걸 오늘 선생님이 엄마아빠한테 다 얘기해 주면서 계속 이러면 구석에 혼자 앉히겠다고 했다.  이렇게 나는 수업태도와 수업시간집중력에 관한 것에 대해 주의를 들었고,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는 친구들을 돕는 건데 지지난번 상담 때는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좀 다정하게 대해주라고 하셨었는데 이번에는 친구들 많이 돕고 상냥하게 대해준다며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근데 이건 옆반 수학선생님이 유나가 좋은 친구라고 우리 선생님한테 말했다고 한다.  어느 날 엄마가 수학선생님이 유나를 이뻐해 주셔서 엄마가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번엔 수학선생님이 나를 살렸다.  수학선생님 아니었음 오늘 혼 만나고 집에 갈 뻔했으니까.  예전 상담 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도저히 이건 엄마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엄마 듣지 말고 귀 막아라고 말한 적도 있으니까 오늘 이 정돈 괜찮을 것 같다.  선생님 말씀이 끝나고 아빠가 얘기를 시작했다.  

왜 항상 학교는 중요한 독일어와 수학이 있는 날에 꼭 수업이 빠지냐며 물었고, 초등학교3학년 아이들의 대화내용을 아냐고 물었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엄마한테 대부분 다 해주는데 엄마는 그걸 또 빠트리지 않고 아빠한테 다 얘기해 주는 거다.  에밀리네 엄마아빠 부부싸움 이야기, 이밀리아소피남자친구이야기 등등 사실 듣고 나면 나도 너무 충격적이라 계속 그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아빠는 오늘 그런 얘기를 선생님한테 하면서 유나가 집중 못하는 데는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반격(?)했다.  그러고 집에 와서 아빠는 엄마한테 잘했다고 얘기해 줘서 고맙다고 칭찬받고 엄청 좋아했다.  친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 엄마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는 좀 어렵다.  하나만 얘기해 보면 친구들 얘기 듣고 와서 엄마한테 naked kiss 해봤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해봤지 그러니까 너랑 동생이 있지" 이랬다.  쌍둥이들 엄마는 못해봤다더라고 하니 엄마가 거짓부렁이라며 쌍둥이엄마도 해봤다고 했다. 뭐 이런 것 들이다.

엄마는 내가 인문계열 고등학교에 진학할 실력이 되는지 아닌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없었고 상담내용이 전혀 그쪽으로 흘러가지 않아서 못 물어봤다고 한다.  지금 내가 3학년 2학기이고 대부분 3학년 2학기에 고등학교에 진학가능한지가 결정된다고 들었다며 제일 중요한 시기라는데 학습성취도 부분에 관해서는 전혀 말씀이 없어서 물어볼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다행인 걸까?

상담이 끝나서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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