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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Mar 26. 2024

2024 봄방학 4.

in 오만(무스카트)

오만의 이 시골호텔에서 한국가정을 만났다.  수영장에서 노는데 엄마가 또 누구랑 막 얘기하는데 한국분이라는 거다!!!! 오빠 한 명이랑 친구 한 명.  두바이에 사는데 여행목적지가 너무 멀어서 하루 쉬어가려고 이 호텔에 왔다고 한다.  우린 서로 너무너무 놀랍고 기쁘고 신나고... 여기서 한국친구를 만난 게 너무 신기했다.  친구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이라고 했고, 우리 아빠는 중동항공사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는데 이것저것 물어보곤 금세 친해졌다.  친구생일이라서 같이 파티도 했다.  우리는 무스카트로 갔다가 다시 두바이로 가서 4일을 보내고 독일로 돌아갈 예정이라 그때 시간이 맞으면 다시 만나기로 했다.  

생일파티 / 수영장

아쉽게 친구랑 헤어지고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로 왔다.  우리 엄마아빠는 늙어서 전자기기 같은걸 잘 못 다룬다.  우리는 차에서 CD를 들어서 이번에도 차량 이동이 많아서 이동하며 들으려고 CD를 엄청 챙겨 왔는데 렌터카는 신종모델인지 CD 들어가는 곳이 없었다.  엄마아빠는 비상깜빡이가 어딨는 지도 못 찾고, 네비도 켤 줄 몰라서 못 켜고 지금껏 다녔는데 엄마가 어떻게  핸드폰이랑 연결해서 네비가 드디어 됐다.  할렐루야다!!!  엄마는 아빠한테 엄청 칭찬받았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는데 직원언니가 프랑크푸르트에서 4년 살았다며 독일어를 엄청 잘했다.  우리한테 선물도 주고, 방도 좋은 데로 바꿔줬다.  시골 살아서 엘리베이터를 볼 일이 잘 없는 우리는 호텔로비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신기해서 하염없이 쳐다봤더니 엄마가 촌티 난다고 놀렸다.  그래서 엄마가 더 촌스럽다고 놀렸다.  엄마는 늙어서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머리숱이 없는데 지금 두피가 타서 껍질이 벗겨지는데 너무 더럽다.  그래서 엄마가 더 촌스러운 거다.

체크인카운터 / 촌스러운동생

사실 지난번 오만의 sohar라는 곳은 호텔수영장이랑 친구 만난 것 빼곤 좋았던 게 없어서 오만이란 나라는 재미가 없었는데 여긴 수도라 그런지 뭔가 다르고 호텔도 엄청 좋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는 체크인하곤 동생과 내 옷 신발을 싹 갈아입혀주곤 아빠한테 이 호텔 우리 스타일 아닌 것 같다고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좋아하는 것 같다.  수영장에 가서 수영하다가 아빠가 바닷가에 가자고 해서 갔는데 갯벌이었다.  작은 소라 고동 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잡고 잡고 또 잡았다.  여기 대도신데 갯벌도 있고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딱 좋다.  저녁 먹으러 갔는데 음식도 엄청 맛있었다.  엄마는 또 셰프아저씨 만나서 얘기하며 웃고 있었다.  지난번 두 호텔의 셰프는 인도분이라고 했는데 이번호텔 셰프는 스코틀랜드분이라고 한다.  셰프아저씨는 우리에게 오만불량식품을 선물해 줬는데 우린 맛있게 먹고 더 달라고 했고, 아빤 먹지 말라고 하고, 엄만 아저씨 찾아가서 더 받아다 줬다.  

갯벌 / 레스토랑

여행도 좋고, 수영도 좋고, 호텔도 좋고 다 좋지만 그중에서 제일 좋은 건, 항상 우리에게 친절해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인 것 같다.  얀느는 요즘 성질을 엄청 부리는데 아빠말론 3분에 한 번씩 싸운다 그러고, 호텔로비에서 우리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엄청 밉지만 귀여운 내 동생은 어딜 가던 귀엽다고 이쁨을 받는데 사실 조금 질투도 난다.  이쁜 건 내가 더 이쁘고 동생은 귀여운 건데 다들 동생만 이뻐한다. 흥.  여기 오만의 이모들은 얀네만 나타나면 이쁘다고 줄 서서 사진 찍고 그러는데 그때는 동생이 성질을 안부린다.  완전 내숭바가지다.

사진찍히는 동생

호텔 곳곳에 피아노가 있는데 우리는 피아노를 칠 줄 모르지만 가서 놀고 있음 이모들이 와서 가르쳐주고 아무렇게나 치고 와도 박수를 쳐 줘서 너무 부끄럽다.  수도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시골관광지는 그냥 우리를 관광객으로, 깡촌시골은 우리를 외계인으로, 대도시에서는 우리를 친구처럼 대해준다.  라마단기간인데 지켜지는 분위기도 너무 달라서 그거 지켜보는 것도 재밌다.  아빠는 오만이 맘에 들었는지 가을방학에 다시 오자며 벌써 호텔을 알아보고 있다.  근데 나도 여기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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