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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Jun 28. 2024

2024 여름방학 1

독일에서 부산까지

너무너무 기대하던 여름방학이다!  이번 여름방학은 한국행.

방학식은 6월 21일 금요일 11시 하교.  방학하는 날 바로 출국하려면 학교에서 10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11시에 하교다.  그래서 선생님께 한 시간만 빨리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 일은 교장선생님께 여쭤봐야 하며, 참고로 나는 여러 번 방학시작 전에 학교에 나가지 않아서 교장선생님이 많이 화가 나 계신다고 하셨다.  엄마는 아빠한테 연락해서 좀 물어보라고 시켰는데 아빠는 물어보나 마나 nein(no)라며 연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보통 이 정도면 둘이서 싸울 텐데 이번엔 엄마가 여자들만 한국 보내주는 것도 고맙다며 참았다.  그러면서 나한테 아빠욕은 왜 하는 건지... 어쨌든 우린 24일 출국은 포기했고 25일 날 아침에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런데.... 함부륵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가 다 만석이라 탑승하지 못했다.  체크인카운터 직원분이 아시아분이었는데 오늘 상황 안 좋다고 말하며 '행운을 빌어 집에 가야지'라고 말했는데 집에 가야지 라는 말에 엄마는 눈물 나는 거 꾹 참았다고 한다.  엄마, 여기도 집이야! 보안검색을 마치고 게이트로 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우리처럼 회사직원티켓을 쓰는 사람들 중 성인은 캐빈크루좌석에 앉아서 갈 수가 있는데 그건 그 비행 캡틴이 결정한다.  이번비행 캡틴은 캐빈크루좌석사용은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비행기를 놓쳤다.  다음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린 밖으로 나가서 다시 체크인을 하고 새 티켓을 받고 다시 보안검색을 하러 갔는데 너희들 왜 또 왔냐며 우리를 기억하고 물었다.  이번엔 꼭 타리라!!! 그런데 두 번째 비행기도 만석... 이 비행은 캐빈크루좌석도 다 앉혀줬는데도 자리가 없어서 우린 결국 못 탔다.  이번비행마저 못 타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없기에 오늘은 한국에 못 가는 거다.  

집에 돌아가야 한다.  가방도 데려가야 하니까 그럼 이제 가방 찾으러 가자....ㅠㅠ  가방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비행기 타고 프랑크푸르트 간 줄 알았다.  엄만 가방만 인천먼저 가있어도 엄마 일이 훨씬 줄어든다며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탑승객 없이 가방만 비행할 순 없다.  폭발물이라도 들었음 어쩌려고! 어쨌든 가방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안 나와서 엄마가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서 우린 나와서 밥 먹으러 갔다.  밥 먹고 공항에서 놀다가 한참 뒤에 가방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가는데 아침에 만났던 체크인카운터 직원분들이 너희들 왜 여기 있어? 못 탔어? 하며 놀라서 물었다.  우리보다 더 아쉬워하며 위로해 줘서 슬펐었는데 마음이 다시 풀렸다.  

내일은 함부륵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첫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새벽부터 나가야 해서 힘들지만 여유좌석이 있으니 꼭 출발할 수 있게.

사실 오늘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엄마의 오래된 친구를 만날 예정이었었다.  엄마가 미국에 살 때 같은 집에 살았던 독일베트남계 이모인데 젊을 때 만나서 우리 엄만 아이가 둘, 그 이모는 아이가 넷이나 된다.  이모가 스캐쥴취소하고 아이들이랑 공항에 와주기로 했는데 취소해야 했고, 22일 날 출발해야만 24일 월요일에 학교에 갈 수 있는데 그것도 못 가게 되어서 오늘 비행을 놓쳐서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았다.  

탑승게이트 대기/어릴적탔던 캐빈크루좌석

다음날 23일에 새벽에 공항으로 갔고 우리는 출발할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대기시간이 길어서 엄마는 동생이 타야 할 유모차를 꼭 프랑크푸르트에서 빼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고 유모차에 스페셜 라벨도 달아줬는데 역시나 유모차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또 유모차 찾아 삼만리.  우리를 담당해 주던 직원분이 엄청 친절하셨다.  엄마가 힘들다고 제발 유모차 찾아달라고 짜증과 설움을 토해내니 네 마음 안다며 계속 전화를 돌려주셨다.  두 시간 넘게 유모차를 기다려서 찾아왔는데 대박사건! 유모차 의자가 망가져있었다.  앉을 수는 있었지만 망가진건 망가진 거라 파손접수까지 하고 겨우 나왔다.  

유모차 기다리며 받은 간식, 장난감, 식사권

나는 방학 전 많은 스캐쥴들로 인해 몸이 힘들었는데 유모차 기다리는 동안 몸이 아파왔는데 급기야 귀가 아파서 눈물이 났다.  엄마가 많이 아프면 호텔에 가서 쉬고 내일 한국가도 된다고 얘기해 주니 눈물이 더 많이 났다.  몸이 너무 힘들었지만 유모차에 누워서 겨우겨우 체크인하고 진통제사서 먹고 보안검색까지 마쳤다.  엄마가 그 순간 제일 고마운 건 망가진 유모차라고 했다.

유모차에서 잠든 나 / 탑승대기

그렇게 나는 탑승게이트 앞 의자에 누워서 한숨 더 자고 일어나서 사이다를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나는 비행기에서 꼭 엄마옆에 앉아가고 싶었는데 동생이 어려서 동생이랑 엄마랑 앉고 나는 따로 떨어져 앉아야 했다.  탑승해서 이륙준비하는데 속이 안 좋아서 토를 했다.  승무원분이 나를 케어해 주셨고 엄마는 어쩔 줄 몰라했는데 나는 차라리 비워내니 몸이 좀 더 편안해져서 기내식 잘 먹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서 또 토했다.  너무 부끄러운데 엄마는 막 호들갑 떨어서 진짜 더 부끄러워서 토봉투에 얼굴을 묻고 '엄마 그만 좀 해' 하고 소리 질렀다.

기내에서

그렇게 우린 한국에 도착했고 시차 때문에 동생은 계속 잤다.  엄마가 이젠 유모차랑 헤어지지 않겠다며 유모차를 기내에 가지고 타서 내릴 때 짐과 잠자는 동생을 유모차에 바로 눕혀서 편하게 내렸다.  비행기가 연착이 돼서 부산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못 탈 줄 알았는데 한국은 진짜 너무 쉽고 편하고 빠르게 수속이 되어서 다행히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동생은 입국수속할 때도 가방을 찾을 때도 계속 자더니 인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 깼다.  버스는 편하고 인터넷도 되고 너무 좋았다.  드디어 한국이다!!!

우리 집에서 출발해서 한국할머니댁까지 30시간이 걸렸지만 너무너무너무 신난다!

여름방학을 불태워보리라.  한국을 제대로 즐기리라!

부산가는 리무진버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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