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식은 6월 21일 금요일 11시 하교. 방학하는 날 바로 출국하려면 학교에서 10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11시에 하교다. 그래서 선생님께 한 시간만 빨리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 일은 교장선생님께 여쭤봐야 하며, 참고로 나는 여러 번 방학시작 전에 학교에 나가지 않아서 교장선생님이 많이 화가 나 계신다고 하셨다. 엄마는 아빠한테 연락해서 좀 물어보라고 시켰는데 아빠는 물어보나 마나 nein(no)라며 연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보통 이 정도면 둘이서 싸울 텐데 이번엔 엄마가 여자들만 한국 보내주는 것도 고맙다며 참았다. 그러면서 나한테 아빠욕은 왜 하는 건지... 어쨌든 우린 24일 출국은 포기했고 25일 날 아침에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런데.... 함부륵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가 다 만석이라 탑승하지 못했다. 체크인카운터 직원분이 아시아분이었는데 오늘 상황 안 좋다고 말하며 '행운을 빌어 집에 가야지'라고 말했는데 집에 가야지 라는 말에 엄마는 눈물 나는 거 꾹 참았다고 한다. 엄마, 여기도 집이야! 보안검색을 마치고 게이트로 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우리처럼 회사직원티켓을 쓰는 사람들 중 성인은 캐빈크루좌석에 앉아서 갈 수가 있는데 그건 그 비행 캡틴이 결정한다. 이번비행 캡틴은 캐빈크루좌석사용은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비행기를 놓쳤다. 다음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린 밖으로 나가서 다시 체크인을 하고 새 티켓을 받고 다시 보안검색을 하러 갔는데 너희들 왜 또 왔냐며 우리를 기억하고 물었다. 이번엔 꼭 타리라!!! 그런데 두 번째 비행기도 만석... 이 비행은 캐빈크루좌석도 다 앉혀줬는데도 자리가 없어서 우린 결국 못 탔다. 이번비행마저 못 타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없기에 오늘은 한국에 못 가는 거다.
집에 돌아가야 한다. 가방도 데려가야 하니까 그럼 이제 가방 찾으러 가자....ㅠㅠ 가방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비행기 타고 프랑크푸르트 간 줄 알았다. 엄만 가방만 인천먼저 가있어도 엄마 일이 훨씬 줄어든다며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탑승객 없이 가방만 비행할 순 없다. 폭발물이라도 들었음 어쩌려고! 어쨌든 가방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안 나와서 엄마가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서 우린 나와서 밥 먹으러 갔다. 밥 먹고 공항에서 놀다가 한참 뒤에 가방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가는데 아침에 만났던 체크인카운터 직원분들이 너희들 왜 여기 있어? 못 탔어? 하며 놀라서 물었다. 우리보다 더 아쉬워하며 위로해 줘서 슬펐었는데 마음이 다시 풀렸다.
내일은 함부륵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첫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새벽부터 나가야 해서 힘들지만 여유좌석이 있으니 꼭 출발할 수 있게.
사실 오늘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엄마의 오래된 친구를 만날 예정이었었다. 엄마가 미국에 살 때 같은 집에 살았던 독일베트남계 이모인데 젊을 때 만나서 우리 엄만 아이가 둘, 그 이모는 아이가 넷이나 된다. 이모가 스캐쥴취소하고 아이들이랑 공항에 와주기로 했는데 취소해야 했고, 22일 날 출발해야만 24일 월요일에 학교에 갈 수 있는데 그것도 못 가게 되어서 오늘 비행을 놓쳐서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았다.
탑승게이트 대기/어릴적탔던 캐빈크루좌석
다음날 23일에 새벽에 공항으로 갔고 우리는 출발할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대기시간이 길어서 엄마는 동생이 타야 할 유모차를 꼭 프랑크푸르트에서 빼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고 유모차에 스페셜 라벨도 달아줬는데 역시나 유모차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또 유모차 찾아 삼만리. 우리를 담당해 주던 직원분이 엄청 친절하셨다. 엄마가 힘들다고 제발 유모차 찾아달라고 짜증과 설움을 토해내니 네 마음 안다며 계속 전화를 돌려주셨다. 두 시간 넘게 유모차를 기다려서 찾아왔는데 대박사건! 유모차 의자가 망가져있었다. 앉을 수는 있었지만 망가진건 망가진 거라 파손접수까지 하고 겨우 나왔다.
유모차 기다리며 받은 간식, 장난감, 식사권
나는 방학 전 많은 스캐쥴들로 인해 몸이 힘들었는데 유모차 기다리는 동안 몸이 아파왔는데 급기야 귀가 아파서 눈물이 났다. 엄마가 많이 아프면 호텔에 가서 쉬고 내일 한국가도 된다고 얘기해 주니 눈물이 더 많이 났다. 몸이 너무 힘들었지만 유모차에 누워서 겨우겨우 체크인하고 진통제사서 먹고 보안검색까지 마쳤다. 엄마가 그 순간 제일 고마운 건 망가진 유모차라고 했다.
유모차에서 잠든 나 / 탑승대기
그렇게 나는 탑승게이트 앞 의자에 누워서 한숨 더 자고 일어나서 사이다를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나는 비행기에서 꼭 엄마옆에 앉아가고 싶었는데 동생이 어려서 동생이랑 엄마랑 앉고 나는 따로 떨어져 앉아야 했다. 탑승해서 이륙준비하는데 속이 안 좋아서 토를 했다. 승무원분이 나를 케어해 주셨고 엄마는 어쩔 줄 몰라했는데 나는 차라리 비워내니 몸이 좀 더 편안해져서 기내식 잘 먹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서 또 토했다. 너무 부끄러운데 엄마는 막 호들갑 떨어서 진짜 더 부끄러워서 토봉투에 얼굴을 묻고 '엄마 그만 좀 해' 하고 소리 질렀다.
기내에서
그렇게 우린 한국에 도착했고 시차 때문에 동생은 계속 잤다. 엄마가 이젠 유모차랑 헤어지지 않겠다며 유모차를 기내에 가지고 타서 내릴 때 짐과 잠자는 동생을 유모차에 바로 눕혀서 편하게 내렸다. 비행기가 연착이 돼서 부산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못 탈 줄 알았는데 한국은 진짜 너무 쉽고 편하고 빠르게 수속이 되어서 다행히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동생은 입국수속할 때도 가방을 찾을 때도 계속 자더니 인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 깼다. 버스는 편하고 인터넷도 되고 너무 좋았다. 드디어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