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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가는행인 Jul 26. 2022

가상화폐와 게임 업계의 미래

게이머의 관점에서 보는 메타버스, NFT, 그리고 코인

0. 영원할 것만 같았던 P2E와 메타버스

메타버스, NFT, 코인 모두 코로나 때 유독 주목 받았다. 그럴 만도 한 게, 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각종 언론에 노출되었고,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시장이 커지자, 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NFT와 코인과 연동된 P2E 게임이 등장하면서 가상 화폐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는 세상이 올 것만 같았다. 게다가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 같았던 ‘메타버스’가 생기면서, 정말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된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재는 관련 뉴스나 이야기가 많이 줄어들었고, 특히 연초까지만 해도 P2E, 메타버스 하겠다고 발표한 게임사들은 잠잠해졌다. 그렇다면 잘나가던 P2E 게임과 메타버스의 현황은 어떨까?


1. 미르4의 사례로 보는 P2E 게임 현황

먼저 연초에 크게 흥행하던 미르4를 살펴보자.


국내 개발사의 게임 중 처음으로 P2E (play to earn – 게임을 해서 돈을 번다) 모델로 크게 성공한 미르4는 위메이드의 게임으로, 게임을 하면서 위믹스 코인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게임 통해서 번 코인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빗썸 등에서 현금으로 거래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게임 하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22년 1월까지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10위 근처를 유지하고 있었다.

출처: Steam Charts (https://steamcharts.com/top)


그러나 게임의 생태계를 코인과 연동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돈을 벌겠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위험했다. 위믹스가 가장 비싸게 거래되던 21년 11월에 가격은 약 24달러였지만, 2개월 후 거래 가격은 5달러 정도였다. 이유는 위메이드가 선데이토즈를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믹스 코인을 매도했기 때문이라 밝혀졌다. 그러나 위믹스는 무한 발행 가능한 코인이고 (코인을 돈으로 비유하자면, 돈을 계속 찍을 수 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얼마나 발행, 매도했는지 공시할 의무가 없다. 다시 말해서, 원한다면 위메이드는 돈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위믹스를 팔면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분명 P2E 게임은 유저가 게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했는데, 사실은 유저가 벌 수 있는 돈은 매우 적고, 오히려 회사가 코인을 통해서 큰 수익을 내게 되지 않을까?

위믹스 가격(좌)과 위메이드 주가(우). 둘은 꽤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출처: coinmarketcap(좌), 다음 금융(우)


2. 메타버스의 현황

그럼 무한한 창작이 가능하다고 한 메타버스는 어떨까? 먼저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개념인 NFT (Non-Fungible Token)부터 살펴보자.


NFT는 복제,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이다. 게임 업계에서 NFT에 관심 가진 이유는, 애초에 게임 내 아이템, 캐릭터 등 모든 것이 ‘디지털 자산’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장비, 캐릭터 등은 이미 유저끼리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고, 많은 온라인 게임은 게임 내 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해서 장려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게임 내 아이템이 게임 회사 소유라는 점과 비공식적 거래 시 발생하는 사기에 대한 리스크가 지속해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었다. 만약 플레이어가 이런 디지털 자산을 소유할 수 있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긴다면, 위의 두 가지 아쉬움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게임사는 거래 수수료를 얻을 수 있어서 게임사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메타버스는 이런 디지털 자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가상 공간이고, 그중 가장 주목받던 메타버스는 더 샌드박스 (The Sandbox)다. 더 샌드박스는 샌드박스 토큰과 연동된 메타버스로, 가상화폐로 땅도 사고, 누구든 UGC(User-Generated Content - 사용자 제작 콘텐츠) 만들 수 있는, 말 그대로 가상 세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많고 많은 메타버스 중에서도 더 샌드박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UGC가 많고 자유도 높은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하다 홍보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좌)와 더 샌드박스(우). 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22년 4월 기준 동시 접속자가 1,200명도 안 된다고 밝혀졌다 (출처: 코인데스크 - https://bit.ly/3BfrcnV). 게임에서 이 정도의 동시 접속자는 정말 낮은 숫자다. 당장 스팀(PC게임 대표 플랫폼)에서 동시 접속자 1등 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Counter-Strike: Global Offensive)는 약 80만 동시 접속자를 자랑하고 있다. 즉, 가장 잘나가는 메타버스는 가장 잘나가는 비메타버스 게임의 0.15% 수준의 유저밖에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량 및 총자산 가치 또한 작년 말, 올해 초 붐 이후로 떨어졌다.

더 샌드박스 거래량 (상)과 총 자산 가치(하). 출처: Nonfungible.com (상), Coingecko (하)


3. 누구를 위한 메타버스와 P2E인가

위의 예시를 포함한 전체 시장의 흐름을 보면, 코인 시장의 하락과 P2E 게임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의 하락이 별개의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게임들이 주겠다고 약속한 ‘새로운 재미’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재미’였을까?


다시 미르4의 예시로 돌아가서 유저 리뷰와 동향을 살펴보면, 최근 평가의 대다수가 ‘봇이 너무 많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월간 ACU (Average Concurrent Users - 평균 동시 접속자 수)와 월간 PCU (Peak Concurrent Users - 최고 동시 접속자 수) 간의 차이가 작다. ACU가 PCU의 약 85%가 되는데. 대부분 상위권 게임은 ACU가 PCU의 45%~65% 정도밖에 안 된다. 물론 이 지표만으로 정확한 추측은 어렵지만, 미르4는 많이 할수록 돈을 더 벌 수 있는 P2E 게임인 점, 그리고 리뷰에서 봇에 대한 언급이 잦은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유저보다 단순히 코인을 벌기 위한 봇 (혹은 봇처럼 게임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심이 생길만한 상황이다.


2020년 DICE 서밋(Design, Innovate, Communicate, Entertain)에서 에픽 게임즈(Epic Games)의 CEO 팀 스위니(Tim Sweeney)가 한 연설 내용 중 일부가 생각났다. 비록 다른 주제였지만, 스위니는 앞으로 게임 업계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We have to ask ourselves, as an industry, what we want to be when we grow up? Do we want to be like Las Vegas, with slot machines ... or do we want to be widely respected as creators of products that customers can trust?”
(의역): 업계에 계신 분들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중에 이 업계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는지. 라스베가스처럼 슬롯머신으로 돈 버는 업계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존경받는 창작자가 되고 싶은지.
에픽 게임즈의 CEO 팀 스위니. 출처: DICE


안 그래도 뽑기, 확률 조작 등으로 업계에 대한 신뢰가 없어져가는 상황에서 이런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업계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NFT, 메타버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사람들이 분명히 기대했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이만큼 생기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유저와 개발사 모두가 P2E 게임, NFT, 메타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게임을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려는 입장에서, 앞으로 계속 산업이 이런 방향으로 발전할까 봐 걱정된다. 이런 일이 점점 많아지면 정말로 카지노와 다를 게 없는 업계가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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