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2 리뷰
해당 리뷰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0년 가장 논란이 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스트 오브 어스 2 (라오어 2)를 드디어 플레이했다. 많은 리뷰에 이미 언급된 대로 납득이 안 되는 설정도 있고 당황스러운 장면이 있었고, 가장 논란이 되었던 장면 때문에 중간에 그만둘까도 고민했었다. 그러나 끝까지 해본 결과, 너무 많은 비판(과 일부 비난) 속에서 이 게임이 가진 의미 있는 부분들이 묻힌 것 같아서, 라오어 2의 문제점과 장점을 같이 다루는 관점에서 리뷰하고 싶었다. 먼저 논란이 된 사건부터 살펴보자.
1. 조엘의 죽음이 가져온 여파
라오어 1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조엘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풀어갔기 때문이다. 사실 라오어 1의 줄거리만 봤을 때, 조엘은 좀비 백신을 개발할 기회를 없애버린 인류의 적이지만,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며 조엘의 사정을 이해하고 그 행동을 수용할 수 있도록 스토리가 짜여있다. 그 반면 라오어 2에서 조엘이 죽는 장면은 아무 설명이 없고, 갑작스럽고 잔혹하다. 1편의 치밀한 설명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이 전개, 그리고 1편의 주인공이 죽었다는 것에 많은 플레이어가 불만을 가졌고 메이저 리뷰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 리뷰 테러까지 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가세해서 한 스트리머가 시디를 부수는 사건까지 이슈가 되었고, 게임은 출시 2주 차 만에 판매량이 80% 떨어졌다 (https://bit.ly/3uNIQet). 2022년 4월 기준 18만 원짜리였던 컬렉터즈 에디션은 중고로 3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고, 6만 원대 게임이 1년 반 만에 만 원대에 중고로 팔리는 상황이다.
리뷰 테러가 심해져서 리뷰 제한까지 걸었음에도, 한 레딧 유저가 조사한 결과 타 게임 대비 라오어 2가 플레이어 대비 리뷰 비율이 높을 만큼 적극적으로 테러를 받았다 (https://bit.ly/3EkwldN). 그 반면 평론가 점수는 93점으로, 2020년 플레이스테이션 출시작 중 2등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2.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이 가져온 효과
게임과 다른 매체를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부분은 플레이어가 주인공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직접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며 주인공의 감정을 강제로 공유하게 되는 참여형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성을 가진다. 그래서 만약 라오어가 게임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였으면, 이토록 많은 사람이 조엘의 죽음에 분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함께 여정을 떠난 동료의 입장이 되는 것과, 누군가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의 느낌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끝까지 게임을 플레이한 입장에서 라오어 2를 평가하자면, 일부 납득 안 가는 부분 빼면 1편에 이은 뛰어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 혹독하고, 플레이어는 방관자가 아닌, 스토리를 직접 경험하는 참여자로 이 모든 것을 견뎌내야 해서 더 힘들다.
위트 있고 유머러스했던 엘리는 복수를 위해 나설 때 증오로 가득 차있고, 플레이어는 조엘을 죽인 장본인인 애비로 플레이하면서 엘리를 때려잡아야 한다. 거기에 1편보다 더 강한 적과 다수의 점프 스케어를 통해 게임플레이에서도 긴장감을 더한다. 전작의 의미를 만들어준 조엘을 죽인 장본인의 뒷이야기를 강제로 체험하고, 엘리를 때리는 것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을까.
3. 조엘을 향한 엘리의 사랑
그럼 라오어 2는 이 괴로운 여행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답은 두 주인공의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 그리고 갈리는 선택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는 이상할 정도로 조엘에 대한 복수에 집착한다. 복수를 위해 함께 먼 길 떠난 여자친구의 임신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며칠을 복수를 위해 쓰다가 애비한테 패배하며 마지못해 돌아간다. 그리고 그때 돼서야 4년간 조엘과 엘리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나온다. 엘리는 조엘이 인류를 구할 수 있던 기회를 져버렸다는 자백을 듣고 대노하며 절연을 선언하고, 조엘이 죽기 전날 밤이 돼서야 용서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조엘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악몽에 시달리고, 돌아오고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애비의 위치에 대한 단서를 듣자마자 여자친구와 갓난아이를 두고 떠나버린다. 이 모습은 복수를 이미 마친 애비와 극명히 대조된다. 애비의 이야기는 전쟁 중인 적대 세력의 일원인 레브라는 아이를 구출하고 생존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마치 조엘이 그랬듯이, 애비는 자신이 소속된 그룹을 떠나서 멀리,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레브와 함께 꾸려나가려 한다.
이처럼 두 주인공은 어린아이를 통해 과거를 덮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이미 가족의 복수에 성공한 애비는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하고, 엘리는 복수에 스스로 옭아매며 오히려 조엘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감정 때문에 애비를 다시 한번 쫓아가고, 애비를 익사 시키다가 조엘을 떠오르자 차마 죽이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참고로 라오어 1에서도 적에게 잡혀 익사하기 직전인 조엘을 엘리가 구하면서 둘의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저앉은 채 말하는 대사는 “Just take Lev”(그냥 레브 데리고 가)가 아닌, “Just take him”(그냥 그를 데리고 가)이다. 용서할 테니 애비 손에 죽은 조엘의 트라우마도 가지고 떠나라는 것처럼.
그 외에도 엘리의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게임은 여러 장치까지 이용한다. 엘리는 처음에 복수하려 출발하기 전에 조엘의 집을 방문하는데, 이때 꺼내 드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조엘의 딸 사라가 선물로 줬던, 이제는 고장 난 시계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갈 무렵,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아이가 있던 집으로 다시 돌아온 엘리를 기다리는 것은 텅 빈 집이었다. 이때도 엘리가 가장 먼저 찾는 물건은 조엘의 기타다. 애비와의 마지막 싸움에서 손가락이 절단되어서 더 이상 조엘이 가르쳐준 대로 치지도 못하지만, 묵묵히 반쪽짜리 연주하다가 기타를 내려놓고 집에서 나오면서, 자신의 과거를 뒤로하며 게임이 끝난다.
4. 마치며
라오어 1은 조엘이 양아버지가 되어가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딸처럼 사랑하는 엘리를 위해 희생하는 씁쓸한 감동을 전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엘리가 그 마음을 이해하기 전에 조엘이 세상을 떠났고, 뒤늦게 깨달은 엘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엘을 위해 떠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조엘은 엘리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영원히 알 수 없고, 엘리는 영원히 자기가 조엘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직접 전할 수 없다. 이것은 엘리가 애비를 보내준 이유와도 연결된다. ****레브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애비는 결국 또 한 명의 조엘이고, 누군가한테 구원받은 레브는 또 한 명의 엘리다. 그래서 엘리는 자기를 위해 인류를 등져버린, 이제는 죽은 조엘을 간접적으로나마 용서할 수 있는 방법은, 조엘과 조금이라도 겹쳐 보이는 애비를 용서하고 보내주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라오어는 누구나 갑자기 죽을 수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둔다. 그래서 이런 세계에서 이런 스토리를 복수라는 테마 아래에서 풀기 위해서는, 어쩌면 라오어 2가 선택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가장 적합했을 수도 있다. 애초에 너티 독은 라오어 2가 증오에 대한 게임일 거라 했고 (https://bit.ly/3rRZ3xE), 그 의도대로 라오어 2는 엘리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선, 잔혹함, 공포심이 강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감정을 게임으로 너무 잘 표현한 나머지 많은 플레이어들이 끝까지 플레이 못 하고 지친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뛰어난 캐릭터 서술, 영화 같은 연출, 소품의 내러티브 도구화를 활용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고, 끝까지 플레이한 평론가와 일부 플레이어는 이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은 평가를 내린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