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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 Feb 11. 2024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
조회수 100만 영상을 만들다

AI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기 (2) 

이야기에 앞서, 저는 AI 관련 IT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3년 차 개발자입니다. 이 점을 서두에 밝히는 이유는 내용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글은 독백의 느낌을 주기 위해 평어체로 작성합니다.


1편)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 미래를 위한 선택

2편)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 조회수 100만 영상을 만들다

3편)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 31일만에 수익화에 성공하다




누적 조회수 500만을 달성하고 찍은 스크린샷. 수익 조건은 300만이다.


2024년 1월 16일에 만들어 16일째 된 채널의 성과다.

- 구독자 3K

- 누적 조회수 5M

- 조회수 1M 이상 영상 2개 (최고 조회수 3M)


하지만 완전한 실패다. 유튜브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된다.







... 유튜브는 이렇게 시작해야 조회수가 나온다. 영상의 시작이 최소한 이 정도는 자극적이어야 한다. 

"매운맛",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그냥 한 번 투덜거리고 싶었다.


기획력을 키우고자 유튜브를 하겠다고 선언한 지 47일 째다. 4개의 채널에서 쇼츠 30개, 롱폼 1개 총 31개의 영상을 만들었다. 솔직히 이게 내 거다! 하기 부끄러운 채널들이기에 글을 써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그럼에도 적어 나가는 이유는 글의 마지막에 밝혔다. (끝까지 봐달라는 뜻 아닐까?)




첫 번째 채널 : 내가 잘 아는 것


당시 과자를 먹으면서 채널을 만들어서 그냥 간식 AI라고 했다. (진심)
꾸역꾸역 올린 마지막 2개의 영상의 (좌측 2개) 성과가 좋지 않다.


익숙한 것에 손이 간다고 하던가.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인 AI 관련 채널을 만들었다.


AI 가 세상을 바꿔가는 과정을 기록한다
    

채널의 한 줄 소개였다. 기술적인 내용을 모두 배제하고 정말 세상이 AI로 인해 바뀌어 간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들도 그것을 궁금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쇼츠 3개를 올리고 나니 더 이상 올릴 게 없더라. 잘 아는 것과는 별개로 AI 소식을 전하는 것에 내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꾸역꾸역 2개를 더 올리다가 포기했다. 한숨을 쉬며 올린 마지막 2개의 쇼츠는 내가 봐도 재미없었고 당연히 성과도 좋지 않았다. 기존 쇼츠의 1/10 정도? 




두 번째 채널 : 내가 하고 싶은 것


세상에 필요한 질문이라니,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오글거린다.
한 개의 영상, 그리고 40시간


잘 알지만 관심이 없어 포기했던 첫 번째 채널을 교훈 삼아 이번엔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택했다. 내 생각을 말하는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나는 주장과 의견이 강한 사람이고 논쟁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하나의 롱폼 영상을 만들었고 총 40시간이 걸렸다. 기획과 스크립트 작성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영상을 만들기 위해 책도 2권이나 읽었다.


반응은 조회수 10. 지금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영상의 퀄리티가 속된 말로 쓰레기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꽤 충격을 먹었다. 이전 채널에서 처음 올린 쇼츠가 2K의 조회수는 거뜬히 나왔기에 더 충격을 먹었던 것 같다.


이어서 만들던 롱폼 영상은 "거절 잘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동영상 1개에서 알 수 있듯이 편집 막바지에 포기했다. 결과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봐도 내용이 알차지도 재미도 없는 영상이었다.


이때 아래 두 가지를 결심한다.


1. 쇼츠 채널을 만든다.

2. 반드시 사람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한다.


당시 유일한 목적은 빠르게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성공 경험이 더 늦어졌다가는 내 텐션과 에너지가 쳐질 것이라 직감했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주제가 뭘까 고민하던 와중 한 기사를 봤다. 미국의 AI랑 채팅하는 앱에서 1위 주제가 "축구"라는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2위와 2배 차이였으며, 심지어 4위는 메시와 호날두였다.

(해당 뉴스를 찾지 못해 너무 아쉬운데 혹시 나중에라도 보이면 첨부하도록 하겠다.)


그러고 나서 Google Trend에서 현재 어떤 키워드가 검색이 많이 되는지 봤더니 축구 관련 소식이 정말 많았다. 놀라웠다. 세상 사람들이 축구에 이렇게나 관심이 많다니..!

위 사진은 2월 10일 사진이나 당시 검색했을 때는 축구 관련 소식이 더 많았다.


한 때 리버풀을 좋아했고, 새벽에 EPL 경기를 챙겨봤던 사람으로서 나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세 번째 채널




세 번째 채널 : 사람들이 원하는 것


당연히 ChatGPT 가 만들어줬다.
이때 목표는 10개 이상 영상 올리기였다.


"리버풀의 Top 5 골",  "ChatGPT에게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더 나은지 물어보다" 등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영상들을 올렸다. 영상을 올리며 결과를 분석하다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100% 영어 채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회수 1등 국가가 대한민국인 영상이 많다는 것이다. 아마 한국 계정인 것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래도 영어 영상을 한국인이 시청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11개의 영상 중 6개가 조회수 1등 국가가 대한민국이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자 자연스럽게 한국 축구 채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도 좋았는데, 한창 아시안컵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을 때였다.


1. 영어 채널은 나레이션으로 재미를 더할 수가 없다. 그들의 감성을 몰라서..

2. 한국인도 축구에 관심이 많구나! 영어 콘텐츠를 소비할 정도로! (시기도 좋네?)


위 두 가지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마지막 네 번째 채널이 시작되었다.

(세 번째 채널을 개설할 당시 목표였던 영상 10개는 달성하고 나서였다.)



네 번째 채널 : 사람들이 원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원래 채널명에 큰 공을 들이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주제와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만남. 운이 좋았을까, 아니면 지금까지의 노하우가 축적되어서일까. 아마 둘 다겠지. 어쨌든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잘 될 것 같다"라고 생각한 콘텐츠들의 조회수가 대체로 높았다는 것이다. 스스로 콘텐츠에 대한 감이 조금은 예리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6일 만에 아래의 성과를 얻었다. 두 개의 영상이 터진 덕분이다.


- 구독자 3K

- 누적 조회수 5M

- 조회수 1M 이상 영상 2개 (최고 조회수 3M)





이제부터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다.



성과와 별개로 김축구 채널에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팬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장은 느렸겠지만 차라리 김본질 채널을 꾸준히 키웠다면 1명의 팬은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김축구 채널은 빨리 성공 경험을 얻기 위해서라는 목표 아래서 시작되었고, 해당 전략은 성공했다. 에너지와 자신감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영영 팬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김축구 채널은 왜 팬을 만들지 못할까?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축구를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유튜브 도전은 AI 기술 블로그를 운영할 때와 경험이 완전 반대였다. 현재 해당 블로그에는 단 8개의 글만 있으며, 3년째 새 글이 작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유입이 있으며 GPT 학습, BERT 학습 등 주요 키워드 1위 검색 결과를 가지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서 입사 제안도 몇 번 받았다.



3년째 새 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키워드 상위 검색어 & 꾸준한 유입이 있는 AI 기술 블로그


차이가 무엇일까?


콘텐츠의 퀄리티에 큰 차이가 있다. 잘 아는 분야를 정리하여 이른바 본질을 꿰뚫는 콘텐츠 (AI 기술 블로그)와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있는 콘텐츠 (김축구)의 차이다. 애초에 김축구에서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내가 축구를 그만큼 잘 알고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김축구 채널을 시작하고 내가 축구에 관심을 가졌다면 상관이 없다. 축구에 관심이 생겨 소식을 찾아보고, 경기를 챙겨보고, 축구를 공부했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난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축구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려면 김진짜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의 팬이 되는 경우는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라고 한다.

1. 그 사람이 내가 속한 분야의 리더라고 느껴질 때

2. 그 사람과 친한 친구가 되고 싶을 때

3. 그 사람이 이성적으로 마음에 들 때


AI 기술 블로그는 1번과 2번 사이에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냈고, 김축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가 47일간 얻은 교훈은 아래와 같다.


1. 특정 분야에 대한 덕질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은 없다. 유튜브 조회수 수익 (구글 애드센스 수익) 이 주된 수입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팬만이 의미 있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특정 분야에 빠져야 한다. 좋아하고 잘 알아야 한다.


2. 스토리텔링이 정말 중요하다.


그 자체로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주제나 등장인물이 아니라면 성공의 기준을 가르는 것은 스토리다. 같은 주제여도 더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풀면 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완전히 같은 재료의 영상을 다른 스토리로 풀었더니 조회수가 3배였다. 갭;모에, 반전 매력은 최고의 스토리텔링 중 하나이다.


3. 나는 누구인가?


유튜브에 도전하면서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이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것을 알기 위한 도전도 하지 않았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하라고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들만 하면서 살았다.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 앞으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47일 동안 훨씬 더 많은 감정과 교훈, 그리고 생각들을 했는데 필력이 부족해 다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유튜브를 접는 것은 아니다. 뭐가 됐든 누적 조회수 1000만을 찍을 때 까진 김축구 채널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고 팬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아마 공통된 하나의 물음표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얘는 뭐 이렇게 근성이 없냐?

인정한다. 사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자신을 드러내기 부끄러워 글을 써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쉽게 포기하고, 끈기가 없는 게 나인걸. 조금씩 노력해 좀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글을 적아나간 이유는 오직 하나,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서이다. 적어도 내가 어떤 성공도 이뤄내지 못했을 때, "이렇게 쉽게 포기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교훈을 주지 않을까? (진심)


근데 말이지, 애초에 작가 한 줄 소개는 아래와 같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포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기록합니다. 재미와 공감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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