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든 나는 땅굴을 파고든다.
병적인 부분인가? 내 성격인가?
성격이든 병이든... 땅굴을 파고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내 한 부분이 되었다.
무엇을 하든 지간에, 어떤 걸 하든 지간에, 그것을 끝까지 이끌고는 가지만 결과는 그닥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아마 객관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은 것이 보이니까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나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 그리 관대한 편은 아니다.
누군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이라고 하는데... 글쎄 내가 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면 과연 완벽주의성향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싶다.
뭐든 하고 나면, 나 자신을 공격하고, 자아를 공격하고, 심지어 안으로 굽어든다. 잘한다 칭찬하는 법이 없다.
내 전공이든, 내 전공이 아니든...
비교하고, 또 비교한다. 그리고 좌절한다. 거기다 나에 대한 날카로운 누군가의 평가까지 더해진다면 나는 너덜너덜해질 뿐 아니라 칼로 난도질당한 것처럼 모든 의욕을 상실해 앓고 만다.
마음이 강하지가 못하다.
아주 가벼운 봄바람에도 상처가 난다.
자신을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는 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세상의 모두가 다 등을 돌려도 나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나 조차도 나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만큼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나쁜 사람이었고, 나쁜 사람이다.
아직도 나는 내가 만든, 조물딱 거린, 형체를 알 수 없는 찰흙을 들고, 이것이 엉망이라며 울고 서 있는 어린애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갑자기 그 어린애가 불쌍해졌다.
이 어린애를 다독여주며, 다시 만들어보자고, 몇 번이나 찰흙을 다시 매만져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 졌다.
그렇게 매만지다 보면 분명 찰흙도 꽤 괜찮아지지 않을까? 내가 만들기엔 정말 잼병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매끄러운 사각형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
그런 찰흙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겁은 나지만...
더 이상 아픈 나를 채찍질하지 말자고. 내 한계를 인정하고 조금만 더 찰흙을 매만져주자고. 그렇게... 조금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다.
그래도 마음은 조금 아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