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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조각

부모의 소확행

  아이의 순수함에는 빈틈이 없다. 아이가 품고 있는 마음이 매일 도착한다. 로켓 배송보다 빠르다. 특히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순수함을 만들어 내는 작업장이다. 수작업으로 완성된 작품을 곱게 가방에 넣어온다. 가족들에게 작업물을 배분하는 일은 딸의 중요한 일과이다. 매일 반복되는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어제 공룡 받았는데” 하면 “안에 보세요. 편지가 있어요.”


 공룡 배 속을 열어보니 작은 손으로 꾹꾹 눌러쓴 ‘엄마 사랑해요’라는 글씨가 담겨 있다. 이번 공룡은 종이에 박힌 글씨 덕분에 휴지통에 들어갈 운명은 교묘하게 피했다. 역시 우리 딸은 매사에 빈틈이 없다. 아기자기한 묘한 매력을 가진 아이이다. 아이의 마음은 매 순간 새롭다. 




  아이의 말에는 갓 피어난 봄꽃들처럼 싱그러움이 있다. 아이의 작은 입에서 내뱉는 말은 참으로 귀엽고 귀하다. 아들의 입말은 특히 그러하다. 엄마에게 혼나도 나쁜 감정을 스스로 걸러낸다. 특별한 능력이다.


 “제 마음속에는 기쁨밖에 없어요. 내 마음을 달랠 때 쓰는 말이에요” 


아이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도 속상한 마음을 달랠 때 쓸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을 저장해두어야지. 감정 저장고 꽤 쓸 만한 것 같다. 또 이렇게 아이에게 배운다. 우리 가족은 교환 일기를 쓴다. 아들과 다툰 날 교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마도 화나고 나도 속상하고, 이때 제일 잘 적은 일기를 보세요. 그럼 (화난 마음을 달래기에) 많이 도움 될 거예요. 엄마 (저랑) 말이 잘 통하게 될 수 있을 거예요.’ 


아이의 입말은 나를 따스하게 감싸준다. 아이는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중에도 고운 말을 겹겹이 쌓아둔다.




  손 닿는 곳에 아이들의 조각이 있다. 조각에는 무수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유쾌하고 소소한 에너지들을 잘 수집해 두고 하나하나 꺼내보려 한다. 아름다운 아이들의 조각을 잘 모아보자. 이 마음들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그 순간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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