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예지 Sep 22. 2021

중등 독서 토론 논술, 메타인지 학습으로 키워주세요.


최근에 제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독서가 좋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독서랑 멘탈이랑 무슨 상관이지요? 독서를 통해 멘탈이 좋아진다는 게 이해가 잘 안됩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독서가 좋은 이유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지식"입니다. 책 속의 지식을 내 머리로 옮겨오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는 왠지 '머리가 좋아질 것 같은' 것입니다. 


사고력, 상상력, 추론 능력 등등 독서의 좋은 점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언론이나 교육 전문가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내가 스스로 경험해서 느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전 글에서 독서를 왜 해야 하는지와 독서의 효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으니,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 할게요. (아이들 독서교육을 기획하다. 참고) 


최근에 메타인지(Meta Cognition)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졌죠? 우리말로 '상위 인지', '초인지'로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는 생각, 힘입니다. '메타인지가 높은 아이들이 학업 성과가 높다'는 것이 소개된 이후, 메타인지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관련 책이나 강연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말문을 터라' 중 발췌



메타인지의 핵심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한 인지입니다. 학업성취가 높은 아이들이 메타인지가 높은 것은, 자신이 제대로 공부해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모르는 것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써서 공부하고, 자신이 정확하게 안다고 확신할 때까지 반복함으로써, 온전히 자신의 지식화하는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입니다. 


반대로, 학업 성취가 낮은 아이들은 종일 학원 수업을 듣고, 하도 들어서 익숙한 것을 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부모님도 아이가 학교와 학원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공부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공부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는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 '내가 정말 아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같은 것을 또 보고 또 보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해야 할 공부를 하지 않고, 안 해도 될 것을 계속하는 것이죠. 


그러고는, 시험을 보고 와서 어머니에게 "엄마, 나 아는 건데 틀렸어."라고 합니다. 아는 것을 왜 틀리겠습니까.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저 많이 들어본 익숙한 내용일 뿐입니다.


메타인지는 창의성과도 연결이 됩니다. 창의성이 높은 아이들은 기존에 알려진 방법만을 따르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이 창의성이 높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창의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는 대부분 알지 못합니다. 






전문가들은, 창의성이 노력하는 과정, 어려운 문제를 대하는 태도, 실패에 따른 부정적 감정을 견디는 능력과도 관계가 높다고 말합니다. <메타인지 학습법>의 저자 리사 손 교수는, 이 모든 것이 균형능력으로 귀결되는데, 균형 능력이란, 자신의 실력과 문제의 난이도 간 균형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균형 능력이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우리는, 뇌의 여러 영역을 사용하여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의식의 언어인 상상이 작동합니다. 상상을 통해 자신이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그리고, 미래를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시각으로 현상을 보게 됩니다. 이야기를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며,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마련하지 못합니다. 일상이 바쁘고 지칩니다. 바쁜 와중에 시간이 난다고 해도, 그 시간은 무력하게 스마트폰으로 흘러갑니다.


독서가 좋은 이유 중 하나인, 멘탈을 건강하게 하는 원리를 설명해 드릴게요. 독서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늘 점검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자신을 주인공이나 저자의 상황에 끊임없이 대입합니다.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에 이입을 합니다. 저자가 처한 상황에 자신을 끊임없이 대입시켜 봅니다. 


'나도 그런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는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그리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는 '나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납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체화됩니다.


부모님들이 아이의 성적, 공부 못지않게 중시하는 것이 자존감입니다. 왜 그럴까요?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공부와 성적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도구와 기술이 된다면, 자존감은 삶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에너지와 같은 것입니다. 주변의 환경과 시각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결코 좋은 일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다 아실 겁니다. 누구나 살면서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괜찮다'라고 인식하고 넘어가는, 새로운 것을 다시 시도할 힘이 필요합니다.  


모든 부모가 자녀의 자존감이 높기를 바랄 것입니다. 쉽게 말해 '자기 신뢰의 힘'입니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믿지 못합니다. 공부를 할 때도,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의 말에 동의하고 따르는 편을 선택합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의 '넌 할 수 있어!', '넌 존재 자체가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등의 말만으로도 자존감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크면, 그런 말로만은 부족합니다. 작은 성공 경험들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해내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주변의 인정까지 더해지면 아이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런 경험의 반복으로 단단해집니다.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메타인지의 핵심이죠.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 중심이 되어, 타인의 눈을 통해서만 나를 평가하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자신이 어떤 의견을 내도 "그럴 수 있겠다." "새로운 시각이네." "괜찮은 생각이다."라고 자신을 지지하고 긍정해 주는 존재가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금방은 안되겠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기만족, 자기 확신, 자존감은, 나의 욕구에 집중할 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아이들의 독서, 토론, 논술이 메타인지 학습을 통해 어떻게 향상될 수 있는 것일까요?  


메타인지가 높은 아이들의 특성 중 하나가, 설명하기를 즐긴다는 것입니다.  메타인지를 키우려면 남을 가르쳐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메타인지 학습법>에 나온 실험 결과를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A, B 두 그룹에게 일정 시간을 주고 공부를 하게 합니다. A 그룹에게는, 잠시 후 공부한 내용을 '시험을 본다'라고 하고, B 그룹에게는,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을 해 줍니다. 물론 설정이지요. 잠시 후 평가를 하는데, B 그룹에게 사정상 배울 사람들이 오지 못했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목적으로 공부한 B 그룹의 성적이 높게 나왔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익숙합니다. 평소대로 공부하면 되지요. 반면, 누군가에게 가르치려면,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어려워하고 궁금해할지, 어떤 질문이 나올지를 다 예측하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당연히 해당 지식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헷갈리는 부분은 더욱 집중해서 쉽게 정리를 해두어야 합니다.



EBS <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말문을 터라' 중 발췌



제가 존경하는 법륜스님의 사례도 좀 덧붙이겠습니다. 인도에서 학교를 운영하시는데, 중학교 아이들에게 어린아이들의 교사 역할을 맡겼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중학교 아이들이 스스로 생활을 점검하고 훌쩍 자라더라는 겁니다. 여기서도 메타인지가 발휘된 것이죠. 메타인지라는 용어가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아 그렇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메타인지는 계속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성공 확률이 높다'라는 얘기를 들어봤을 것입니다. 여기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라는 것이 메타인지 능력이 높은 것입니다. 


토론을 위해서는, 자신이 주장하는 논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나의 약점 또는 논리적 근거가 부족한 부분을 공격할 것을 예상해, 준비와 방어를 해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지요. 메타인지가 높은 아이들에게, 토론과 논술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이유입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버리는 아이들은, 자신의 메타인지를 활용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을 할 틈이 없이, 유혹에 바로 넘어갑니다. 


유튜브나 웹툰, 게임, SNS 등,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활동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유혹을 참을 필요조차 없습니다. 참지 않고 바로 반응하게끔 플랫폼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극을 극대화하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며,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거쳐 계속 진화합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수많은 전문가를 고용하여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심리를 연구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의도적으로 메타인지를 활용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순간, 자신을 점검하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이죠. 


온라인 활동에 빠져 있는 동안,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욕구를 참고, 목표를 향해 힘든 것을 해나가는 등의  발전적 사고는 없습니다. 


결론을 이렇게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또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순전히 결과적인 이야기입니다. 제대로 된 독서는 메타인지를 높이고, 메타인지가 높아지면 토론과 논술도 수월해집니다. 스마트폰은 메타인지가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고요.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스마트폰은, 잠깐씩 편리한 기능을 사용하고 휴식하는 것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중독적으로 콘텐츠에 빠지고, 수동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독서 토론 논술 학원을 통해 아이들의 토론, 논술 실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눈에 보이는 방법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의 인생이 대학입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사실은, 그때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하신다면, 조금 달리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의 국어 공부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가 뭘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