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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Nov 08. 2021

 중학생 심리 상담

청소년기,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중학생인 아들과 평소에 대화할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사이는 좋은 편이지만, 커가며 스스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신의 공간을 중시하다 보니, 낮 시간에는 꼭 필요한 말 위주로만 하게 됩니다. 보통, 자기 전 밤 시간에 이야기할 때가 많은데, 제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입니다.




청소년기에 들어서 부쩍 밤잠이 없어진 아이는, 잠이 잘 오지 않고, 원래도 일찍 자는 편인 저는 졸음이 옵니다. 하지만, 아이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이 시간이 제게는 꽤 소중한 시간입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 이야기, 공부나 수업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자신이 요새 하는 생각들, 진로나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며, 요리를 잘해 밥을 맛있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정보를 주지도 못합니다. 뭐 딱히 잘해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것은 잘 하는 편입니다. 겉보기에 조용해 보이지만,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를 꽤 어린 나이부터 존중해 주었습니다. 자기 의견을 충분히 말하도록 해 주고, 제가 잘못한 것은 바로바로 인정도 했지요.




아이가 커갈수록, 논쟁이 되는 경우, 대부분 논리적으로 아이를 당할 수가 없네요. 원래도 논리 정연한 스타일이 못되는 데다가, 아이는 근거를 들어 따박따박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심리 상담에 관심 있다고 하여, "그럼, 연습 삼아 학교 친구들 상담해 줘."라고 하니, "애들 고민은 대부분 공부야. 엄마가 공부하라는데, 왜 하라는 건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대. 근데, 그건 나도 해결할 수 없는 거니까."라고 대답합니다.




풀리지 않는 숙제, '공부'





저도 아이들과 상담할 때 꼭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학교 5~6학년, 또는, 중학생 이상인 경우에 해당됩니다. "공부는 왜 하는 것 같으니? 공부하면 네게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아이들의 대답은 몇 가지로 귀결됩니다. "대학 가서 좋은 직업 가지려고요.",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고요." "나중에 잘 살기 위해서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합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2. 살아가는 태도를 훈련

3.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해

4. 같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기초 상식과 기본적인 지식 습득




가장 현실적인 답은 대학에 들어가고, 조금이라도 나은 직업을 갖는 것일 겁니다.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이라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가고 싶은 사람은 많으니 경쟁이 생깁니다. 기업체에서는 상위권 대학 졸업생 위주로 채용을 합니다. 학교 이외의 스펙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 출신 대학이 가장 큰 잣대입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남들보다 지식을 더 습득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을 잘 통제하는 훈련을 했다는 의미가 되며,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를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해 본다면,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타인의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끼치며 삽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고 돈도 제대로 벌기 위해서는 남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부를 통해, 필요한 지식을 쌓고, 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또는 회사)에게 가치를 제공해 재화를 벌 수 있습니다. 또는,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사실 만으로 타인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서울대나 하버드 출신이 하는 것과, 고졸이나 중졸을 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실리는 힘이 다른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 그 사람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말이지요.





중학생 시기의 신체, 정신적 변화




중학생 아이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지낼까요?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중학생 정도 되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내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호르몬의 작용으로 감정적으로도 이전에 비해 좀 더 예민해집니다.




까불기만 하고 말을  하던 아이가 말수가 줄어들고, 모든 것을 엄마와 공유하던 아이가 친구하고만 소통하려고 하기도 하지요. 부모님들은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저 '우리 아이가  크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철이 없고, 엉뚱하고, 미숙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고민하고 판단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갑니다. 가끔, 아이와 어떤 주제로 의견을 나눌 때, 말문이 막히고, 당해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저는 그런 경우가 꽤 자주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며 성인이 될 준비를 합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과 잘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를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부모의 방식대로 강요하거나, 아이의 요구를 철없는 생각이라고 치부하거나, '엄마나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해'의 방식으로는 벽만 생길 뿐입니다. 부모가, 어른이 아이를 존중하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더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며, 자신도 부모를 존중하려고 합니다.





중학생 심리 상담의 핵심은 '존중과 믿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엉뚱하고 현실감 없어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하는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 공감도 해주시고요.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도 유명하신, 여성학자이자 작가이신 박혜란 님의 책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제목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실제로 믿어주고, 존중해 주는 만큼 성장하니까요.




이 또한 습관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모가 하나하나 잡아주고 교정해 주어야만 할 것 같지만, 아이들은 잠재력이 큽니다. 속는 셈 치고, 인정하고, 믿어주고, 존중해 주면, 자신이 존중받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실제로 성장합니다.




중학생 아이들과 상담할 때에는, '네 생각은 어때?'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어떤 상황이나, 부모님의 행동, 의견에 대해 항상 물어봅니다. 처음에는 대답을 머뭇거리다가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의외로 부모님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약속을 잘 안 지켰기 때문에, 부모님이 그러시는 것이 이해가 돼요.' '제가 잘못해서 그런 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합니다.




물론, 존중과 믿음은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문제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청소년기 아이들의 경우,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성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린아이로만 바라보려 한다는 점에서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존중과 믿음'이라는 토양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찾고 성장하는 아이들




제가 이전 글에서, 청소년기를 '인생의 사각지대'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의 특성을 꽤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이고,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매우 중요한 시기이지요. 하지만, 학업이라는 큰 테두리에 갇혀, 개성도, 다양한 경험도, 정서적인 교감도 배제되곤 합니다.




학업 성적이 뛰어난 아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반대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모든 것이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고, 그런 대우를 받게 됩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고,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경쟁구도가 탄탄하게 유지되는 환경에서,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더디게 느껴집니다.




중학생 심리 상담의 핵심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언제 뿌듯하고 스스로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지에 대해 많은 아이들이 대답하지 못합니다. 멋지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자신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입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무언가를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담은, 이런 것들을 끌어내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학창 시절의 중요한 과업인 '공부'에 대한 흥미도 끌어낼 수 있고, 스스로 목표 설정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미래가 불안하고, 아직도 철없이 어린 것만 같은 생각이 드실 거예요. 아이들은 부모의 눈빛, 말에서 불안을 읽어냅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도요. 자녀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모가 믿어줄 때,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모든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그저,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며 노력하는 것이지요. 사춘기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도,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답답하다고 느끼고 있을 청소년들도,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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