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예지 Jan 08. 2022

학습부담, 부모님과 소통단절로 사춘기가 우려되는 아이



민호(가명)는 첫인상부터 유순하고 차분해 보였습니다. 상담 내내 의젓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잘 풀어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데, '나이가 들수록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과목과 친구들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부모님과의 소통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민호는 언제 부모님께 서운하거나 속상한 기분이 들어?"

"저를 혼내시거나 무시할 때요."

"어떨 때 무시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험 보고 성적이 나오면, 공부를 얼마나 했는데 이따위로 성적을 받아오냐고 할 때요."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가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이 더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데, 지금은 금지 당했어요."

"왜?"

"지난 주말에 시험 봤거든요. 1개 틀렸어요."

"1개? 1개 틀려서 금지 당한 거야?"

"네."

"그럼 금지 당하지 않으려면 한 개도 안 틀리고 다 맞아야 해?"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언제쯤 게임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아마, 다음 중간고사에서 백 점 받으면 될 거 같아요."



100점 받으면 게임을 하기로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럴 것 같다는 겁니다. 부모님께서 성적에 꽤 민감하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부모님과 대화를 잘 하지 않으며, 힘든 일이 있어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안타까움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가 성장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아직은 어리고, 자신의 생각이 충분히 여물지 않아 힘들어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춘기가 지나며, 자신의 상황에 대해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하기 시작하며 아이들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가 순했는데, 사춘기 되더니 돌변했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가끔은 잠을 자지 않고, 새벽 4~5시까지 스마트폰을 본다고 하니, 아이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친한 친구가 선행학습을 꽤 많이 했고, 자신도 그 친구만큼 선행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동시에, "'어차피 나중에 다 배울 건데 왜 미리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라고 말합니다. 해야 하는 현실과 마음속의 소리가 부딪히는 지점이지요. 



아이들의 미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중에 발행할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고, 딱히 속 썩이는 일 없이 잘 커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 아이도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 입시, 그리고 성인으로서의 진로, 그 이후의 삶... 아무도 알 수가 없지요.



공부를 하든 안 하든, 성적이 좋든 안 좋든, 어떤 상황에서라도 아이와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살펴야 하고,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와 대화하는 아이는,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기댈 곳이 든든히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잠깐 어긋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의젓한 민호가 부모님과 대화를 더 많이 하고. 부모님께서 민호의 마음을 헤아려주시는 날이 오기를 바래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