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적힌 문구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뻔뻔한 거짓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1940년대 거짓말에 아직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 30년 뒤 자유로운 노후를 꿈꾸는 중이라면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회사는 우리에게 자유가 아닌 죽음을 준다.
냄비 속 개구리는 온도가 서서히 오르면 그걸 느끼지 못해 삶아져 죽는다. 마찬가지로 회사라는 냄비의 온도도 30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올라간다. 직장인들이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출근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은 냄비가 뜨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교적 참을만하기에 버틴다. 상사 때문에 탈모가 올 정도로 스트레스받아도 참는다. 왕복 3시간 거리의 출퇴근길도 악착같이 버텨내며 참는다. 퇴근하면 녹초가 되어버리고 미래 준비나 자기 계발 따위는 절대 꿈꾸지 못한다.
우리 같은 개구리가 이 냄비에서 뛰쳐나가기 위해서는 아주 뜨거운 충격이 필요한데, 회사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개구리가 도망치는 걸 막아야 한다. 고충 처리를 통해 부서를 옮겨주고, 업무나 과를 바꿔주거나 휴가를 보내주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온도를 적당히 조절한다. 월급이라는 마약을 투여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감지한다. 취업만 하면 인생 제2막이 화려하게 열릴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내 인생은 속절없이 회사에 소모된다. 과거의 능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고, 현실은 지옥이며 미래는 암흑이다. 회사는 극도로 위험하다.
이곳은 나를 헛된 꿈에 눈멀게 만들어 현실감각을 마비시킨다. 상황 판단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망상에 사로잡힌다. '열심히 일하면 그 대가로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망상 말이다. 하지만 틀렸다. 다가올 미래가 내 기대처럼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기와 다르게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30년 동안 절대로 크게 아프면 안 된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 내가 넘어지면 가족 모두가 넘어진다. 내 가족도 30년 동안 아프면 안 된다. 가계가 흔들릴 정도의 큰 병이나 사고로 1년에 3천만 원씩 지출이 발생한다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또한 회사가 30년 동안 큰 문제없이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야 대출금도 갚고, 보험금도 내며, 저축과 투자가 가능하다. 회사가 흔들려 강제로 무급휴가 시키고, 몇 달간 셧다운에 들어가 월급을 제공하지 못하는 순간 노후준비 따위 산산조각 부서진다.
게다가 내 업무도 외주화 되면 안 된다. 자동화, AI, 4차 산업이 다가오지만 내 일은 무조건 유지되어야 하고 업무가 대체되더라도 해고되면 안 된다. 투자도 큰 문제없이 꾸준한 수익률을 달성해줘야 하는데 이 또한 말이 안 된다. 투자가 쉬우면 가난한 사람이 존재할 리 없다. 투자는 어렵다.
매 순간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는 나치 강제 수용소 입구의 문구를 명심하자. 저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수용소에 노동을 제공한 대가는 자유가 아니라 죽음이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노동이 아니라 탈출이다. 당장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말은 아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철저하게 탈출을 계획해 이곳을 벗어나자. 하루라도 빨리 이 좁아터진 냄비에서 벗어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냄비의 온도는 오르는 중이다. 서두르자.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