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크레용 Mar 26. 2022

아들의 사춘기 4.

처음 사랑?


첫사랑





저녁 식사 시간에 늦는 법이 없는 아들이었다.


항상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애미 주변을 맴돌며


수저를 놓고, 반찬 검열을 하고 가장 많은 양의 밥을 먹는 아들이었는데


웬일인지


저녁 식사가 다 끝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강도를 높여 아들을 부르기를 여러 번...


그제야 겨우겨우 끌려온 듯 식탁 앞에 나와 앉았다.


그런데 그런 아들의 얼굴이 얼핏 보기에도 너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놀란 마음에 서둘러 체온계를 가져와 체온을 재보니 ‘37.8…’


“학교 못 가면 안 되는데….” 하며


아들은


겨우 한 술 뜬 숟가락을 내려놓고 “어제도 음성이었는데….”


혼잣말을 하며 학교에서 나눠준 자가 검진 키트를 들고 앉아 검진을 시작했다.



15분을 타이머를 설정해서 지켜보았지만 역시 결과는 ‘음성’




검사 결과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들은 입을 떼고 오늘 식사 시간에 늦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겼거든요. 오늘 고백하려고 했는데 …”



아들은 생애 첫 여자친구 이야기를 무슨 급식 메뉴 이야기하듯 덤덤하게 술술 풀어놓았다.



맘에 있던 같은 반 여자친구에게 먼저 고백하려고 했는데


아들의 절친 역시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이고 있었단다.


그 절친으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 4학년에 전학을 온 이후부터 한 번도 여자친구가 없었던 적이 없는...


타고난 사랑꾼이다. 애미가 보기에도 그 친구는 화려하지 않은 외모지만 말끔하고 매너가 좋은 아이였다.


우리 시절 표현으로 그런 아이를 '호남형'이라고 불렀는데 그런 호남형의 남자들은 잘생긴 남자들 보다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비결은 너무 잘생기지 않아서 다가서기 부담이 없는 데다 성격도 원만해서 뾰족한 말을 해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마성의 절친이 며칠 전


아들이 맘에 둔 그 여자친구에게 고백을 했다가 거절을 당했다고 했다.


거절의 이유는



“나 좋아하는 애가 따로 있어”



아들은 그게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스무 고개처럼 넌지시 물어보았단다.


우리 반인지, 어느 초등학교 출신인지..... 그렇게 질문을 이어가다 보니 그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가


‘ 나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역시 그 아이의 마음은 아들을 가리키고 있었고


아들 역시


“나도 너 좋아해”라고 말했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간질간질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성숙하고 개방적이며 좋은 부모 모드로 자연스러운 일인 듯 아들의 첫사랑을 축하하고 응원했다.


" 그 아이 어디가 마음에 들었어?"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



그걸 알면 아들이 아니지....




그렇게


부모가 된 후 처음 겪어보는 몽골 몽골 한 식사를 마치며


아들에게 짧게 당부했다



''아들, 100년이 넘는 너의 인생에서 14살에 너의 첫 연애가 시작되었네?


물론 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만남보다 중요한 것은 이별이야


만날 때야 서로 좋은 마음이니까 그냥 시작하는 거라서 별문제가 없지만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는데 그땐 어떡하지? ''




아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정말 어떡하지? 하는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가장 좋아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숨기고 돌려 말하고 피하면 안 돼


시간이 지나보면 그게 더 비겁하고 나쁜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이젠 널 좋아하지 않아', '다른 친구가 좋아졌어'라고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아"




아들은 자신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반대로 여자친구가 먼저 마음이 변할 때에도


그 마음을 인정해야 해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들어 줄 수 없는 소원이


사람을 사랑하게 할 수는 없다고 했지?


사랑이 변하는데 이유는 없어


어떻게든 옆에 둔다고 다시 돌아오지도 않지


사랑이 끝난 후 상처는 힘들지만 혼자서 극복해야만 해 …. ''




" 그리고 아들, 엄마가 연애를 많이 해봐서 아는데


지금 네 또래 연애는 참 예뻐,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깊은 고민도 나누고,


처음 알아가는 마음도 나누거든


시간이 지나면 오래오래 너무 예쁜 시간으로 기억될 좋은 시간이 될 거야.


너도 그 아이도 좋은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







영화 '마이걸'에서도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이


'전립선이 아프다'라는 말을 한다.


여자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난 후에 체온이 올라가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아들은 이제 본격적인 신체적 사춘기에도 접어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아들에게 또 쿨한 척 이야기한다.


" 아들 엄마가 뽀뽀도 키스도 잠자리도 다~~~ 해도 되는데 뭘 하지 말라고 했지?"


" 아기 만들지 말라고요...."



처음에는 " 엄마~~!!'' 하며 무안을 타던 아들도 너무~~ 듣다 보니


이젠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그리고 ?!''


''동의 없는 스킨십은 폭력이다. ''



이제 막 첫 사랑을 시작하는 아들.

생각만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행복한 시간의 크기 만큼이나  

'심장'이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겠지...

 앞으로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야

아들은 그런 감정들을 성숙하게 소화할 수 있는 어른이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의 사춘기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