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봉천사 개미취를 보러 다녀오는 길
오가며 터널을 열개쯤 지났나
어떤 터널은 경상도에서 시작했으나 충청도로 빠져나오고
어떤 터널은 몇개의 산을 뚫은 듯 길고 길었다
터널은 빠져나오기 전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길이다
살면서 만나는 시련을 마주할 때마다 생각했다
이 터널도 반드시 끝이 있다
그것은 고통을 견디는 나의 주문이었다
봉천사 앞마당에 울려퍼지는 부처님 말씀엔
하지말라는 당부가 백가지쯤
앞날에 좋은 일만 있을거라 기대하지 마라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지 마라
시련을 주는 이가 나의 은인이니 그를 좇으라
저도 그 말씀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그런 당부는 좀 서운한데요...
누구의 계락인지 모르게 일희일비가 오락가락 이어지는게 인생이라
오늘 꽃구경이 좋았으니 내일은 무언가에 나쁠수도 있다고 겸허히 생각한다
부처님, 그런 말씀인거 맞죠?
낮에 떠난 꽃구경은 어둠이 내려서야 집에 도착했다
좋은 풍경을 마주한 후에 돌아올 내 집이 있어 마음이 평안하고
짧고 긴 터널마다 반드시 끝이 있음을 열번 넘게 목도하여 안도했다
부처님 말씀에 귀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