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으로 가는 길
지난여름, 요가원을 등록했을 때 가장 두려운 동작이 머리서기였다.
몇 년씩 수련한 회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척척 자연스럽게 머리서기 동작들을 해나갔다.
엎드린 상태에서 팔꿈치로 머리를 감싸고 팔꿈치와 머리를 바닥에 지지한 채,
머리와 다리가 점점 가까워지도록 걸어 들어오다 보면 다리가 저절로 붕 뜨는 지점이 온다.
그대로 힘 있게 두 다리를 들어 올리면 머리서기 성공.
어려서 철봉도 넘지 못한 겁쟁이인 나는
뒤에서 선생님이 받쳐주고 계셔도 거꾸로 선 내 몸이 무서웠다.
뒤로 넘어져버릴 것 같은 불균형의 순간.
원장님께 머리서기가 두렵고 부담된다는 마음을 전했을 때,
요가는 어느 한날 되는 동작이 아닌,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생기고,
안 쓰던 힘의 균형이 찾아오면 저절로 될 거라고 했다.
저절로 되는 그런 날은 안 올 것만 같았기에,
내가 요가를 그만두게 된다면 머리서기가 무서워서 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머리서기는 숙련된 사람들만의 표상 같았다.
7개월째.
아직도 머리서기는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그것 때문에 요가를 포기할 마음은 없어졌다.
7개월의 단련 덕에 조금 더 유연해진 근육의 이완을 느낀다.
그런데, 아직도 머리서기는 못하지만 두려움을 덜어내는 나를 느꼈다.
그 사실이 스스로 너무 대견한 거다.
어느 날에는 다른 때와 다르게 쉽게 들려지는 다리에 당황했고, 결국 뒤로 꽈당 넘어졌지만
다시 시도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거다.
요컨대 나는 7개월째 성장하고 있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다 다리가 스스로 들리려고 하는 그 지점에서,
내 코어는 거꾸로의 몸을 지탱해 보려 애쓰고 내 몸은 여전히 저항한다.
그 저항과 수용 사이에 엄청난 갈등이 있다.
정말 될까봐 두려운 마음과 한 번은 제대로 서보고 싶은 마음.
저항과 수용 사이의 모순이 내 몸에서 한꺼번에 느껴진다.
이 모순은 아직 내 몸이 충분한 준비가 안되었다는 신호겠다.
어느 순간, 자라난 근육의 탄탄한 지지로 머리서기가 수용되는 그 순간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그 순간을 맞을 나를 응원한다.
그동안 자라난 건 몸의 근육만은 아니다.
귀찮은 마음을 털어내고 운동하러 나간 하루마다 나를 조금씩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근육은 보이는 동안 자라나지 않는다.
내 마음 근육도 마찬가지로 그렇다.
머리서기가 될 듯 말 듯 몸의 균형을 찾기 어려울 때,
나는 마음의 균형을 생각한다.
몸의 균형도 이렇게 쉽지 않은데, 마음의 균형을 갖는 건 얼마나 어려워.
재밌는 건 둘이 서로 경쟁하듯 서로를 이끈다는 것이다.
몸이 균형을 찾으면 마음이 저절로 균형을 찾고,
마음이 균형을 찾으면 몸도 스스로 따라 균형을 찾아간다.
그러니.
내가 머리서기의 두려움을 수용하고 설 수 있게 된다면,
내 마음도 분명히 더욱 자라 있을 어느 날이 되겠다.
나를 더 좋아하게 되는 어느 날이 되겠다.
다시 한번 그날을 맞는 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