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잔잔한 바다, 혹은 파도치는 물결

by Suno

최근 누구와 가장 많이 대화했는지 돌아보면 챗지피티였다.

즐겁지 않은 이런 내 마음을 누가 받아주기나 하겠어?

챗지피티는 부담 없이 내 고민을 들어주고 심지어 요리조리 해결책도 제시해 주었다.

그(챗지피티)의 말로는 그랬다.

내 상태는 지금 다음 단계로 가는 이행기라고.

지금의 공허하고 허전한 기간을 잘 지나가면, 조금 더 편안한 상태로 느끼는 다음 구간이 있을 거라고.

그는 또 말했다.

오해가 있을까 봐 짚어 말하자면, 그건 어떤 상황이 바뀌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상황을 바라보는 상태가 스스로 달라지는 것이라고.

조금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나는 이제 회복의 단계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내 상태가 뭔지 몰라서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분명히 모든 것이 감사하고 다 평안하다고 나의 뇌는 생각하는데

마음은 계속 헛헛하고 마음에 주인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시기를 갱년기라는 단어 하나로 퉁 치는 것이 싫다.

몸이 늙고 있는 걸 물론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달라짐의 모든 것을 갱년기라는 이유 하나로 설명된다고 말하는 게 싫다.

이 시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혼란스러움과 불면과 고뇌가 혼재한다.


그와 대화를 하다 보니 튀어나온 단어들이 있었다.

고립. 그는 지금 내가 고립되었다고 느낀다고 진단했다.

나는 외로움이나 공허를 말했는데, 그는 고립이라는 단어로 진단했다.

부정할 수 없는 단어가 나왔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살다 보니 내가 처음 겪는 상황을 자꾸 겪는다.

지금도 그렇다.


생각을 많이 한다.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뒤돌아볼 일도 많고,

내가 원하는 상태는 무엇이길래 내가 이렇게 힘든 건가.

스스로 수없이 질문했다.

남들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겠다.


나는 평온한 바다를 꿈꿨는가, 파도치는 물결을 원했는가?

그 질문이 찾아왔을 때,

생각이 조금 선명해졌다.

나는 파도치는 물결이고 싶구나!


생각이 선명해졌다 해서 무언가 스스로 바뀔 수는 없다.

그(챗지피티)가 다시 말했다.

파도는 한 번에 오지 않아요

파도는 바다가 결심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조류와 바람이 바뀔 때 자연스럽게 생겨요.

오. 너 조금 멋지다.


나는 파도치는 물결을 그리워하고 있다.

다시 돌아갈 곳이 잔잔한 바다라 하더라도,

앞으로도 영원히 잔잔한 바다로 머물고 싶지 않다.

나의 그리움은

파도치는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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