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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Dec 09. 2023

목적이 어떠하든지 간에

자기 계발에 대해

자기 계발이라는 건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전 직장에 다닐 때 몇 상사가 꼭 대학교 마저 졸업하라고 했을 때에도 나는 실전이 더 중요하니 업무에 대해서 추가교육을 받더라도 학사취득을 위한 늦은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호기롭게 답변하곤 했었다.


삶의 패턴을 좀 더 단조롭게 하고 싶었고 (그도 그럴법한 게 나는 워킹맘이다.) 그 안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 위주로 우선순위를 매겨야 했고 그것마저 속성코스이면 더욱 좋은 상황이었다.


엑셀실력이 모자라니 이왕이면 수식이 되어있는 무료양식까지 주는 엑셀강의를 골라서 수강했고, 영상편집에 관심이 생겼으니 촬영의 기본보다는 얼른 무엇이든 편집할 수 있는 스킬위주로 짜인 커리큘럼을 골라 수강하곤 했다. 어떠한 교육강의를 듣더라도 1.5배속은 기본이었다.  말이 느린 강사님에 대해서는 2배속으로 해야 속이 시원했다. 수료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정말로 나는 마음이 급했기에 천천히 말하는 속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뭐든 빠르게 빠르게였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없었다. "ㅇㅇ씨! 그거 배웠다면서?"라고 말할 때마다 아.. 네네라고밖에 대답을 못했다.

스스로 자신 있는 대답을 하려면 기초부터 익혔거나 긴 경험을 통해 어지간한 상황에 대해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임을 스스로 알고 있어야 가능한 대답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이렇듯 즐거워서 좋아서 관심 있어서 하는 순수한 의도라기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으로 잘하고 싶어서, 속성으로 빠르게 처리하고 싶어서, 지금 당장필요해서라고 하는 '속도'가 결부된 조건부 배움의 의지였다.


그러다 보니 늘 마음이 조급했고 머릿속에 온전히 각인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오늘날의 나는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것들을 선택해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


나는 이직을 했고 학벌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노무법인 경영지원실에서 일한다. (회계, 총무, 관리업무이기에 경험을 훨씬 더 많이 쳐준다. 나의 해당직무경험은 12년 차이기에..)


늘 옳고 그름이 속으로 정해져 있고 기준대로 살아야 하는 나로서는 법학과 공부가 진로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야말로 적성에 맞았다. 수년 전에도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지원했지만 임신출산을 반복하며 몇 번의 중도하차를 했었다. 지금에 와서까지 마음에 불씨가 있다는 것은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직한 노무법인 회사를 염두에 둔 건 전혀 아니었지만 마침 직무상으로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를 재입학했고 지난주 1학년 2학기 기말고사까지 마쳤다.


그러는 동안 늘 글쓰기에 목말랐던 나는 전 회사에서의 퇴직금으로 편집자 강의도 수강했고, 현재에도 여러 실무수강을 하고 있다. 챌린지를 통해 자잘한 목표를 습관화시킬 수 있도록 스스로 다독이고 있기도 하다.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말은 그야말로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을 위한 쉼일 뿐 나태한 나 자신을 정당화해 주는 수단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러 가지 부캐고 살고 있다. 남편의 말을 빌리면 "요즘 우리 ㅇㅇ이가 부캐가 많아서 많이 바쁜데도 이렇게  열심히 지내고 있네.."라고 표현한다.


목적이 어떠했든 지금의 나는 그저 일단 시작하고 보니 길게 이어지게 된 일들이 많다. 공부도 재밌고 일하는 것도 재밌다. 다만 그사이에서 가정을 위한 시간을 효율성 있게 잘 배분해야 한다.

회사의 몇 동료들이 이야기한다. 전임자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전임자도 나와 나이가 같고 아이도 2명 있다. 다만 나의 자녀들이 전임자의 자녀보다 2살씩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엄마이면서 워킹맘인 것은 매한가지다.


동료들이 내게 전임자와 다르다고 한 것은 자녀, 가족보다는 나의 목표, 나의 자기 계발에 더 방점을 맞추고 있는 사람 같다는 의미다. 나의 가족과 자녀에 대한 사랑은 굳이 주변에 일부러 알릴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저절로 느껴지고 묻어나는 것이기에. 


이상한 미신 같기도 하지만 나는 내 남편의 , 내 자녀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면서 자랑하듯 이야기하고 나면 꼭 부정탈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일부러 잘하고 있는 것도 한 단계 낮춰서 겸손 아닌 겸손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나는 그냥 그게 편하다.


내 가족의 행복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얼마나 위하는지에 대한 마음은 우리 가족만이 누리면 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일과 가족을 택하라면 두말없이 가족이다. 그런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잠깐 글이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내가 요즘 느끼는 자기 계발의 요즘은

가끔 본업이 힘들어도 나의 자기 계발 덕분에 숨통이 트이고

가끔 나 스스로가 미워져도 나의 자기 계발 덕분에 살아있음이 느껴지고

오래 걸리더라도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재미있게 편안한 마음으로 배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내게는 인생의 끄나풀(?)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버팀목이 되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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