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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Nov 11. 2023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

스스로의 말 컨트롤이 안되면 생기는 일

멋쩍어서 '그냥' 내뱉는 말.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 어색해 '그냥'하는 말

상대의 표정, 기분을 살피느라 내가 느끼는 추측에 의해 '찍어내는 말'


보통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은 여기에 해당된다.


작년 언젠가도 그러했고 지금도 여전히 내게 유효한 말.


나는 관계에 대해 늘 그러했다. 백색의 깨끗한 도화지에 내가 원치 않는 색이 타인에 의해 조금이라도 묻어날 때마다 지워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들 도화지 위에 작은 색이 더욱 크게 번지기만 할 뿐 말씀이 지워지진 않는다는 것. 그것을 지워내기 위해 휴지로 문지르며 닦아내거나 수정테이프로 덖거나 다른 더욱 짙은 색을 덮어 가린다 한들 흔적만 더욱 선명히 남게 되는 법.


나는 나 같은 부류의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니,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그 언젠가의 기억으로 인해 강하게 기억에 남아 그런 류의 사람들은 나를 싫어한다고 각인이 되어버렸다.


느린 걸 싫어하고 소위 실없는 웃음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절차가 길어지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느린 걸 싫어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틀리지 않기 위해 천천히 물어물어 가려다 보니 당연히 속도가 늦어진다. 알아서 스스로 빠르게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월권, 공유와 조화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 선택한 방법일 뿐이다.


실없는 웃음이기보다 작은 일에 웃음이 많은 사람인 것이다. 정말 웃겨서 웃음이 나오는데 그 웃음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표정이 굳는 사람을 보면 나도 표정이 굳는다. 하지만 젊은 날부터 내 표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든 그들의 말들이 악몽처럼 떠올라, 그저 끝까지 웃어내고 마는 나를 발견한다.


절차가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절차를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나를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은 이런 나를 이해하기보다 왜 저렇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채, 알려주고 함께 풀어나가기보다 자신의 표정을 속이지 못하는 것에 머무르고 만다.


출처:픽사베이 (가득차있기에 고요하다)




멋있는 어른이 되기보다 나잇값 못하는 어른은 되고 싶지 않고 추하게 늙어가는 삶이 되지 말자는 결심이 든다. 요즘은 더욱 그러하다. 착함과 자기주장 없음을 구별해야 하고 악함과 자기주장에 대한 자연스러운 표현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밝은 것과 주책맞은 것, 배려와 굽신거림을 잘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을 혼동하고 피하려 할수록 당당하지 못한 이상한 어른이 되어버린다. 내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과거에의 상처나 기억과 몸에 밴 습관들을 최대한 빠르게 떨쳐내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사이 좋은 관계에 있는 사람마저 나를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까지도 든다.


지금 나는 이것만 기억해야 한다. 나이들 수록 당당하지 못한 사람이 가장 추하다는 것을.

어휘의 의미를 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삶에서의 적용, 의미, 방법에 대해서도 잘 구분하고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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