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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Dec 14. 2023

하루에 5분조차 놓치고 살다 보니

잠시나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들을 놓치고 살게 되면

"내가 시간이 없어서.. 내가 너무 바빠서.."라는 억울한 이유들을 들게 된다.


내 이야기다.

요 며칠 아니 길게는 요 몇 달 스스로 주기적으로 꽤나 습관적으로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단 5분이라도 심호흡을 한다거나 조용하게 음악을 들으며 생각들을 정리한다거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려나..


단언컨대 없다. 게으른 내가 너무도 싫었던 탓인지, 계획적으로 많은 일들을 해내는 것들에 희열을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출근하는 1분 1초, 퇴근하는 그 순간까지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하다못해 강의를 듣는다거나, 기록을 한다거나, 그날의 할 일을 살펴보거나 잘 이행했는지 검토를 한다거나.

그나마 녹초가 되어 집으로 퇴근하는 퇴근길 버스에서 창밖을 쳐다보는 일이 다 일까 싶다. 그러나 퇴근길에는 목과 어깨 팔 이것조것 쑤신 곳에 집중하느라 내 시간을 갖는다기보다 '건강이 최고야. 건강 챙겨야지. 나도 우리 가족도.'라는 말만 되뇔 뿐이다.


새벽 4시~5시면 저절로 떠지던 눈도 체력이 피곤하니 그마저 쉽지 않다. 시계알람소리를 드고 6시에야 일어난다거나 (그전시간에 맞춰놓으면 내가 아닌 나를 제외한 가족들만 기상한다. 나는 소리를 못 듣고 잔다.) 한 짐이 된 어깨를 손으로 툭툭 두들기며 겨우 일어난다.


어깨를 과하게 사용한 기억은 없는데 정신이든 몸이든 고생했다 싶은 시기에 가장 먼저 통증이 오는 것은 늘 뒷목, 어깨다. 꼭 삶의 무게 같다. 걱정의 무게, 고민의 무게 같은.




해아 할 일을 적어놓고 그것을 하루에 몇 개씩 지워가는 희열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만 연연하다 보니 얼마나 더 많이? 얼마나 더 빨리?라는 조건부가 된다. 꼭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앞뒤상황배경 따지지 않고 일단 그것을 수행해 내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상황에 따라 못할 수도 있는데 해내지 못했다는 좌절감만 느끼는 경우도 생겼다.


'사람인데.. 생각하고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조율하고 감정도 보일 수 있는 사람인데.. 오직 수행능력,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 ai 같아 나는..'


이마저도 습관이 되어버린 패턴인지라 한창 일하고 수행하고 있는 중간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 깊이 더 효율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차라리 나으련만. 나는 해내냐 안 해내냐, 조금이라도 건드렸냐 안건드렸느냐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고 있다.


되돌아보니 나만의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다.

24시간 중 6시간을 자고, 왕복 교통시간으로 2시간을 할애하고 8~9시간을 근무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 2~3시간 정도 퇴근 후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온전히 잠이 들고난 밤 10시 30분 경이 지나서야 내 시간이 든다. 일과 중 열심히 살았다는 보상심리에 우선 휴대폰을 켜고 음악을 듣거나 밀린 메신저에 답을 한다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1시간 경과는 기본이다.


그러다 바로 이런 생각이 든다. 강의하나라도 더 볼까, 신청한 강연이라도 한 번 더 리마인드 해야 될 텐데, 휴대폰을 앞서 1시간 정도 씩이나 보았으니 또 죄책감이 들기 시작한다. 꼭 채찍으로 다그치는 행위만 반복적으로 당하는 불쌍한 말 같기도 하다.


요즈음에는 지금처럼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5분이라도 앉아 명상을 하고 최대한 생각을 비워내고 앉아있는 행위라도 습관을 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다. 나는 가만히 있는 게 힘든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보다 안정과 마음의 평화를 바라면서도 단 1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라니.


장점도 있긴 하다. 처음에는 습관을 들이려고 시작했던 여러 일들이 나중에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고 진짜로 습관으로 자리 잡고 가치관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든 생산적인 일을 하나라도 해내는 날들로 채우자는 나의 목표처럼 말이다.


그러다가도 문득 생각이 든다. 하루쯤은 계속해서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해 생각하고 나에게 5분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하루로 만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오늘이라면 오늘 출근길이라면, 오늘 점심시간이라면, 어쩌면 티 나지 않게 근무시간 중 단 3분이어도 좋지 않을까?


오늘은 꼭 그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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