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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Dec 21. 2023

말은 의도와 의미에 따라 그저 똥일 수도

죽도록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있다. 가슴과 머리에 꽂힌 말의 화살을 더 깊이 더 넓게 후벼 파며 생채기를 내는 일이 도무지 고쳐지지 않았다.

상처가 된 말의 의미와 의도를 해석해 가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다가도 이내 생각 한 자락에 잠시 평온을 찾기도 하고 다시금 지옥으로 가기를 반복했다. 실질적으로 닥쳐온 상황도 아니었고 그저 한마디 들었던 말에서 비롯된 소설과도 같은 상황에 나란 사람은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기를 십수 년이다.


2023년 들어 여러 의미로 격변(?)을 겪으며 결국엔 체득하게 된 진리가 하나 있다.


말은 똥이다.라는 것.

예전에 한창 사찰에서 신행활동을 열심히 하던 시절 어느 비구니스님에게 들은 표현이다. 이 말을 20년이 넘어서야 체득하게 된다.


말이 똥이라는 걸 온전히 인식하고 나면, 몸과 마음으로 겪어내 체득하고 나면 말로인한 상처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알아도 잘 안 고쳐지는 게 가장 힘들었던 점인데, 그 기간이 점점 짧아짐을 느끼고 있다.


정말이지 말은 아무것도 아니다. 상대의 의도를 의미를 굳이 파악하려 할 필요도 없다. 되려, 상대가 듣는 이로하여금 의미와 의도를 해석하게끔 표현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테다 그저 곧이곧대로 듣고 이해하되 그것이 상처가 되는 말이거나 도무지 잊히지 않는 말이라면 그저 똥일 뿐이구나 여기며 큰 의미를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때까지도 미처 알아내지 못한 의도라면 상대가 언젠간 내게 다시 한번 자신의 의도를 보다 명확히 표현해 줄 것이다.


살면서 얼마나 의미 없는 말들을 배설하며 사는가?

나 같은 경우는 내 인생이 본격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고 여기는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사실상 해도 상관은 없다 여길지언정 굳이 안 해도 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뱉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그 속에 험담 푸념 하소연의 비중이 점차 늘어지기 시작했다.


'아, 내가 왜 그런 말을 뱉었을까?'로 비롯된 나 스스로 그리고 타인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때도 지금이다. 사실이유는 별거 없었는데.. 그때 그 상황이 좀 어색해서? 뻘쭘해서? 나쁜 의도도 아니었고 그저 적막이 흐르는 분위기가 싫어서 뱉은 말인데 내게 별 의미 없던 말인데 상대는 저렇게 상처를 받는구나.. 를 인식하면서부터다.


그 시절 내가 뱉은 말도 지금 내가 느끼는 똥, 그 이상이하도 아닌 것이다.


말을 하는 자유도 하지 않을 자유도 내게 있다. 뭇 정치인들처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와 같은 안하무인 같은 마음이 아닌 이상 말수가 적다고 해서 뭐라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문제이지 당사자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열심히 했는데, 최선을 다했는데,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했는데.. 왜 내게 이렇게 말할까?라는 서운함이 들었던 어제도 나는 생각했다.

대표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내게도 예민하고 과민한 면이 있지 않은가? 그토록 급하게 구는 성격이 어디 나 역시 고쳐지던가? 급하다 보면 말이 과격해지는 모습 또한 어디선가 보고자라 익숙하지 않은가?

대표는 자신의 회사이니까 누구보다 자신의 회사가 잘되길 바라겠지. 잘되길 바라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지시하는 거겠지. 저 사람이 나를 독려하고 힘을 북돋아줄 의무는 없다. 설사 악의로 그리 말했다 한들 그런 의도는 마음도 말도 똥일 뿐.이라고 거의 몇 분 안에 생각을 정리하고 말았다.


평소의 내 성격 같으면 몇 일, 몇 주, 몇 달, 몇 년 짜리 레퍼토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저축은 잘하지 못하는데 이런 류의 저축은 참 잘하는 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몇일? 로 줄어들더니 지금은 하루? 혹은 몇 시간? 몇 분 안에 종료되는 마음들이다.


그렇게 걱정한다 한들 내 머리에 흰 머리칼만 늘어날 뿐, 수명만 줄어들 뿐 무엇하다 도움 될 게 없다는 걸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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