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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Oct 09. 2024

나의 여정 with 부모

글감 캘린더 DAY 2 주제는 부모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거예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물려받았을까. 물려받는다는 단어가 제겐 꽤 거창했는지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이렇게도 써봤다가 저렇게도 써봤다가 한참을 했어요.


그러다 문득 돌이켜보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무엇 하나 물려받지 않은 것이 없더라고요. 뾰족한 눈과 코는 아버지를 닮았고요 성격은 어머니를 닮을 것 같아요. 자라온 환경을 물려받았고요, 부모님께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모두 제 안에 남아있으니 그 또한 물려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사용하는 언어도, 한국이라는 국적도 모두 말이에요.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다 보니 제 내면에 만들어진 것은 무엇이 있을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가치관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요.


저희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셨어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고,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초등부에서 고등부가 될 때까지 같은 교회에 다니며 함께 자란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저희는 서로가 힘을 때 같이 기도하며 울어주기도 했고요, 서로 응원해 주고 칭찬해 주는 문화 속에서 함께 커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성인이 되었고, 조금은 동화 같았던 어린 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세상의 풍파에 대해서도 제법 이야기해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함께 울어주던 친구나 따뜻한 응원, 맹목적 칭찬 같은 것은 없었지만 나무가 시린 겨울을 지나 새싹을 틔우듯 저 또한 냉엄한 사회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걸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법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언젠가 제 딸아이가 생긴다면 제가 부모님의 보호막에서 나와 세상에 첫 발을 디딜 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졌어요.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어깨를 두드려 줄 수 있는 그런 기억을 물려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ㆍㆍㆍㆍㆍ


딸에게 남기는.


무얼 해야 될지 모르겠을 때, 그래서 네 삶이 흔들린다 느껴지거든, 그땐 그냥 네 앞에 놓여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부터 하면 된다.


큰일이 왔을 때는 너무 멀리 보게 되면 힘들어서 못 간다. 당장 눈앞에 놓인 한 계단. 딱 그 한 계단만 보면 된다. 낮은 한 단을 올라가고 나면 그다음단을 오를 수 있고 그러고 나면 또 그다음단을 오를 수 있단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앞에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잠시 한숨을 돌리고 다시 몸이 일으켜지거든 그때 다시 오르면 된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며, 네 눈앞에 놓인 한 계단을 향해 발을 딛는 것이다.


그렇게 한 단씩 오르다 보면 어느새 산 중턱에, 그리고 또 어느 순간엔 산 정상에 오르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그제야 네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딸아, 포기하지 마라. 네 눈앞의 길을 걸어라.


길이 보이면 길을 걷고, 계단이 나타나거든 올라라. 그렇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너도 모르는 새에 네가 걷고 있는 길의 윤곽이 보이고 , 함께 걷는 이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때까지는 조금 힘들더라도 웃으면서, 그렇게 가라.


사랑한다.


ㆍㆍㆍㆍㆍ


이건 사실 제가 어머니가 남겨준 편지를 읽는 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적어둔 한 장면의 일부예요. 제가 되고 싶던 딸, 제가 되고 싶은 어머니 양쪽 모습 모두가 담겨 있죠.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게 되기까진 제게도 꽤 많은 좌충우돌이 있었는데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순간들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니 어느새 끝이 나더라고요. 더 열심히 살아서 좋은 글을 많이 쓰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왠지 모르게 조금은 센치해지는 밤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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