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요리 -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요리에 대해 써보세요.
하늘이 유난히도 파랬던 날, 여성의 자궁을 모티브 삼아 따스하게 꾸며져 있던 거실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갈비 비빔밥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음식을 준비해 주신 분께서는 작은 돌절구에 잣을 살살 갈아 갈비 위에 얹어 주셨는데, 얼마 되어 보이지도 않던 잣이 놀랍도록 음식의 맛을 한층 다르게 만들어 주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양한 채소와 맛있는 갈비가 어우러진 음식 자체로도 그날의 석식은 훌륭했겠으나, 음식 위에 얹어진 약간의 잣은 그 풍미를 돋워 사람들로 하여금 "와~ 정말 맛있다."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돌절구에 살살 갈아 살짝 얹었던 잣 그 한 끗이 그날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 셈이에요.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으로도, 기분 좋은 대화를 통해서도 말이죠.
제게 누군가 정말 기억에 남는 요리가 있느냐 물어오면 저는 아마 그날의 갈비 비빔밥을 말하게 될 것 같아요. 더 비싸고 유명했던 음식들도 그날의 기억을 넘어서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음식을 준비해 주셨던 분의 정성과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제가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요리를 해주고 싶네요.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그런 요리를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은 반드시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전해지고, 그건 음식의 가격이나 종류를 넘어서는 특별함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식사 자리는 풍성한 대화를 끌어내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다고도 생각해요.
그 후로 문득문득 그날의 갈비 비빔밥이 떠오를 때 저는 종종 요리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좋은 재료와 맛있는 조리법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한 끗, 진정한 요리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들 말이에요. 누구를 위해 요리를 하고, 그들과 어떤 시간을 나누고 싶은지에 따라 요리의 맛도 기억도 달라진다는 것을 그날의 한 끗이 제게 보여준 셈입니다.
평범한 날 마주한 식탁이라도 누군가가 저를 위해 공들여 준비해 준 한 끼는 언제나 특별해지곤 하잖아요. 그 정성은 맛에 스며들어 식사하는 사람의 마음마저도 깊숙이 움직이니까요. 정성을 다한 음식은 말없이 많은 것을 전해주고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남기게 되죠.
그래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날 음식을 준비해 주셨던 분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잣을 갈고, 채소를 다듬고, 갈비를 구우셨을까요?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정성을 쏟음으로써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의 하루를 한 발 더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싶으셨을까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한 끼를 선물해 줄 수 있다면 그날의 기억처럼 오래도록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리는 '행동으로 건네는 진심'이 아닐까 싶어요. 가격이나 격식을 뛰어넘어, 소박하더라도 마음이 담긴 한 끼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삶 속에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지 않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