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고 괴롭던 시기에도 신은 나와 함께 있었다
2010년에서 2011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이 온 세상을 감싸고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때, 나는 창밖에서 뭔가 다른 움직임을 느꼈다. 눈을 좁혀 살펴보자, 나뭇가지 위에 부엉이 두 마리가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커다란 눈은 번쩍이며, 마치 내 존재를 꿰뚫어 보는 듯한 깊고도 차가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 내 안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압도당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두려움으로 얼어붙는 듯했다.
부엉이들은 단순히 나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 존재를 압박했다. 나는 그들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면서, 몸이 움찔하며 가슴속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서서히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불길한 시선이 나를 향할 때마다, 나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 후로, 나는 가끔 그 부엉이가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 매번 그들은 나를 지켜보며, 내가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할 때마다 그 존재는 더 깊고 무겁게 나를 압박했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왜 나를 그렇게 지켜보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불안한 눈빛은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떠나지 않았다.
또 다른 어느 날, 꿈속에서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방 안은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오직 창밖에서 흘러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만이 내 얼굴을 스치듯 비추었다. 창문 너머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내 피부를 간질일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방안의 고요함 속에서, 갑자기 창밖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크게 뜨고 그쪽을 바라보던 나는, 곧바로 그 움직임의 정체를 파악했다. 창문 너머 어두운 배경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눈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컸고, 주변의 어둠을 뚫고 빛을 반사하며 번쩍였다. 나는 숨이 가빠졌다. 그 눈은 마치 나의 영혼까지 들여다보려는 듯한 강렬한 시선이었다. 내 마음은 빠르게 두근거렸고, 가슴은 비명을 지를 듯 떨려왔다.
그 눈은 단순히 나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를 사로잡아 내 안으로 들어오려는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 눈을 떼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느려지고, 공기는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두려움이 점점 커져가며,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그 눈의 존재는 나의 모든 감각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 눈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한동안 눈을 뜬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꿈에서 느꼈던 불안감이 아직도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눈을 감을 때마다, 그 커다란 눈이 나를 지켜보던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코 손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그 눈이 나를 지켜본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내 속에서 그 질문이 맴돌았다. 마치 어떤 존재가 나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내 손끝은 차갑고, 불안한 마음은 끝없이 솟구쳤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창문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공기조차 창문 틈새를 타고 스며들지 않도록, 하나하나 꼼꼼히 손끝으로 틈을 살폈다. 각 창문에 매달린 커튼을 손끝으로 당기고, 한 번 더 고정시켰다. 그렇게 창문 하나하나를 점검할 때마다 마치 어떤 중요한 일을 끝낸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쩐지 그 일들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부릅뜨며 꿈에서 깨어났다. 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다시 감았다. 지난밤 꿈의 잔상이 마치 물결처럼 머릿속에서 서서히 퍼져나갔다. 그 꿈의 흔적이 어렴풋하게 나를 감싸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차가운 바람이 창문을 스치며 커튼을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그 소리가 나를 깨운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커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내 시선은 단번에 멈췄다. 커튼 사이로, 거대한 눈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깊었으며,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는 차가운 침착함만을 내포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나는 그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달려갔다. 숨이 턱 막힐 듯한 느낌에 발걸음은 무겁고, 가슴은 미친 듯이 뛰었다. 창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모두 꽉 닫혀 있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유리의 차가운 감촉에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커튼을 향했다. 커튼은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도 불지 않았고, 그 어떤 기운도 창가를 흔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커튼 뒤에 무언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무언가가 내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듯, 눈을 뗄 수 없었다. 숨이 가빠지고, 마음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했고, 내 안에서 파도처럼 몰려오는 두려움이 나를 삼키려 했다. 그 두려움 속에서 나는 반복적으로 되뇌었다.
‘창문마다 커튼을 쳤는데도 이 눈은 사라지지 않아…’
나는 꿈에서의 불안감을 현실에서도 느꼈으며, 눈앞이 흐릿해졌고, 마치 꿈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기분이었다. 나의 세상은 점차 선명함을 잃었고, 공기조차 차갑게 나를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얼굴은 창백해졌고 피부는 말라버린 꽃처럼 칙칙하게 변해 갔다. 말을 하는 것이 힘이 들었고, 발음은 점점 흐려졌다. 다른 사람들의 말도 점차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입술은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내 귀에는 그것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뿐이었다. 내딛는 걸음마다 깊은 수렁에 빠진 듯 발걸음도 떼기가 힘들었다. 돈을 지불하는 순간에도 분명 오른손에 지폐를 들고 있었으나, 왼손을 내밀어 계산하려는 나를 보며 머릿속이 혼란에 빠졌다. 내가 이 몸을 통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차리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모든 것이 공허했다. 이전의 나를 채웠던 생기와 열정은 이미 사라지고, 그 자리에 냉기와 불확실함만이 자리를 잡았다. 나는 부처님만 간절히 찾았다. “부처님, 살려주세요"
2015년, 나는 어항 앞에 앉아 무기력하게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속에서 느리게 유영하는 그들의 몸짓이 점점 더 느려져 가고 있었다. 물고기들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하고 바닥에 쓰러지듯 눕기도 했다. 작은 생명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나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마음이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저들에게 나는 신이었을 텐데, 나의 사소한 실수로 저들이 죽어가는구나!’
마음속에서 반복되는 자책은 끊임없이 내 가슴을 짓눌렀다. 나는 매일 어항의 물을 갈아주고, 여과기를 손봐가며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물고기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듯 보였고, 나는 어항 앞에 앉아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들을 지켜보았다.
어느 날, 불현듯 그들의 작은 눈빛이 내게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그 눈빛이 내게 집중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나는 몸을 숙여 어항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 작은 물고기의 눈이 내 눈과 마주치는 순간, 나는 놀라움과 동시에 한 가지 실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물고기들에게는 내 눈만 보이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나는 혼자서 미소를 지었지만, 동시에 그들의 시선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궁금해졌다. 물속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 손길을 기다리며, 고통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 그 작은 생명들이 내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나는 다시금 그들의 눈빛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며, 어항 앞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예전에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커다란 눈이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보던 꿈. 그 눈은 침묵 속에서 나의 내면을 꿰뚫어 보려는 듯 강렬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본 그 눈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져서 두렵기만 했었다.
나는 이제야 그 눈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 눈은 내가 가장 힘들고 괴롭던 시기에 몇 번이고 나를 찾아와 나를 지켜보았다. 내가 물고기를 염려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인 것처럼...
2018년 8월, 베트남 여행 중, 나는 꿈에 보았던 눈이 ‘진실의 눈’이라는 것을 알았다. “진실의 눈” 또는 “카오다이의 눈” (The Eye of God)은 베트남 카오다이 교의 중요한 상징으로, 신은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있으며, 인간의 마음과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상징은 또한 “신의 눈”이 인간에게 진리를 밝히고 인도한다는 믿음을 강조한다.
카오다이 교는 1926년에 베트남에서 시작된 독특한 종교로, 다양한 종교와 철학을 결합한 신앙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종교는 불교, 기독교, 도교, 이슬람교, 심지어 유럽의 신비주의적 전통 등을 포함하여,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융합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