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제법 뻔뻔해졌습니다
밤 12시 땡 치면 설레는 마음으로 놓아주더니
어느 해부터 가쁘게 돌아가네요
짝사랑이 맞지 않아서 쌀쌀맞게 해를 보내주었습니다
시나브로가 참 적절한 것 같습니다
하루씩 야금야금 옷장 속을 바꾸어 놓더니
속절없이 지구는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짝사랑이 맞지 않아서 어여쁜 별자리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오지 않을 태양을 접으며
달력에 짤막하게 기록된 파편들을 오려 맞추며
다시는 ‘올해’라고 부를 수 없는 이 해의 뒤통수를 더듬어봅니다
뒷머리 꽁지를 끌으면서 질문을 하자면
당신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기회와 같은 시간이지만 보낼 수밖에 없으니까
주저리주저리 풀어대는 모습이
미련하게 아름답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