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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하 Jan 20. 2023

하품과 슬픔과 눈물

혓바닥의 가장 안쪽을 살포시 깨물었다

포도주에 잠긴 혀가 두껍고 파랗다

꼴이 웃겨서 사진에 담았다

오목한 와인잔에 입을 대니

유리를 타고 모이는 알코올이 눈을 시리게 하여 눈물이 고였다


자그마한 존재

어떻게 인간 그렇게 작을 수 있는지

길가에 쪼그려 앉은 여자와 그 뒤의 차를 멍히 보다가

작은 사람의 침묵은 어려운 질문에 대한 동의가 될 수 있어서

입을 다문다는 것은 조심해야 할 행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어나 오징어는 천적을 피하려고 먹물을 뿜는데

양치를 하며 퍼런 먹물을 뱉어대는 것은

세상과 미래 때문에

그간 이빨을 포개어 입을 끄득 다물었다는 것을 돌아보고

오해했을 세상과 미래가 더 무서워졌다

다행히 삐져나오는 취기가 퍼런 공포에서 구했다


왕왕 울려대는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속마음을 먹어 무거워진 머리를 두고 눈을 감는다

그러는 날에는 베개가 깊어서 빨려 들어가는 듯

푹 꺼지는 침대

아침에 깨어나기를 바라고 삼킨다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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