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스타툰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_3
5.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다
드로잉에 대한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고, 잠시 접어뒀었습니다.
회사 생활에 적응하고, 회사 동료들과 친해지고 여행도 다니면서 일상이 바쁘고 재밌어지니, 다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시기가 지속됐던 것 같아요.
그러나 코로나가 시작되고 1년 뒤, 회사 경영 악화로 정직원 전환을 코앞에 두고 계약 만료로 퇴사를 하게 됩니다. 사실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제는 하다하다 코로나 같은 게 생겨서 내 앞길을 가로막나 하늘이 원망스러웠어요.
잠시 접어뒀던 드로잉의 꿈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애플 펜슬이 출시되면서 디지털 드로잉 장벽이 좀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예전에 웹툰 학원도 다니다가 금방 그만뒀고, 기껏 비싸게 구입한 신티크도 중고로 되판 경험이 있기에...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될까 두려웠어요. 괜히 섣불리 시도했다가 잠시 접어둔 꿈을 정말 포기하게 될까 봐 무서웠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면 우울한 생각만 들어서 뭐라도 해서 생각을 전환시켜야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을 알아보고, 드로잉 강의를 찾아보게 되면서 내가 외면하고 지냈던 약 5년 간 많은 것이 변했음을 느꼈어요. 인스타툰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겨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패드 드로잉 강의, 심지어는 인스타툰 강의도 있어, 2016년 당시 제가 그토록 원했던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일상 드로잉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을 구입하고, 인스타툰 강의, 아이패드 드로잉 강의 등을 수강하며 저도 인스타툰 계정을 만들게 됩니다.
6. 인스타툰 작가가 되다
연재 웹툰 작가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인스타툰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죠.
처음 인스타툰 계정을 만들었을 때는 매 순간이 신기했습니다.
내 그림을 봐주는 사람이 정말 있네?
나를 작가님이라고 해주네?
재밌다고 댓글을 달아주시네?
개인 인스타그램은 지인 하고만 소통하는 비공개 계정이기 때문에, 난생처음 받아보는 좋아요 수에 놀라곤 했어요. 이러다가 금방 유명해지는 거 아닌가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6월에 인스타툰 계정을 개설하고,
7개월 정도 지난 저의 팔로워 수는 현재 500 후반대입니다.
응? 뭐지? 많은 건가? 갸우뚱 되시죠...?
물론 적진 않지만,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인스타툰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누구나 인기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선택되어 추천도 돼야 하고, 또 인스타툰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작가님들이 이미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으니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인스타툰 계정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있어요.
어느새 주춤해진 팔로워 수에 역시 그림이 부족한가 싶어서 드로잉 강의를 찾아 헤매고, 그냥 내 이야기가 재미없는 건가 싶어서 계정을 폭파시킬 생각도 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진짜 그림도 이상하고 재미도 없는데 팔로워 수가 엄청난 작가님도 있고, 그림도 내용도 너무 좋은데 생각보다 팔로워 수가 많지 않은 작가님도 있고... 이곳에선 답을 찾을 수 없으니 내 안에서 답을 찾기로 했습니다.
‘나는 왜 인스타툰을 그리는가’
저는 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글로만 표현하기에는 저의 작문실력이 그만큼 다채롭지 못하고, 블로그에서 사진과 함께 표현하기에는 개인 신상이 드러날 위험이 있었어요.
유명해지고 싶지만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도 유효한 저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표현하고 싶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인스타툰 계정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어주는 독자분들이 계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 2~3회의 페이스로 인스타툰을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