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맞다

(총 맞은 그날 이후, 기-1)

by 뷰리플기러기

탕! 탕! 탕!

총소리가 울렸다. 의사 선생님이 세 발의 총을 내 가슴에 쏘았다. 이 검사를 총생검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했다. 검사 도구를 봐도 소리를 들어봐도 여지없이 총을 맞는 상황이다. 찔끔 감아버린 두 눈으로 뜨거운 것이 흘렀다. 슬픔은 아니었다. 간호사 한 분이 내 손을 어루만졌다. 그 손이 따뜻했다.


혼자 검사를 하고 나오는데, 어제 사무실에서 기나긴 회의 끝에 마신 딸기라테의 향과 맛이 계속 입안에 맴돈다. 근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한 잔을 주문했다. 검사받느라 얼어붙은 몸 안에 그 달달함을 집어넣어 줬다. 그날은 아빠 제사여서 미리 맞춰둔 떡을 찾았다. 아빠가 뭘 더 좋아하셨지 생각하며 주문한 것 외에 두 가지 떡을 더 포장했다.


가장 먼저 여동생에게 전화했다. 검사 사실을 덤덤하게 전했다. 제일 막역한 사이기도 했지만, 의사이기 때문이었다. 동생이 내 몸의 증상, 진료 과정 등을 찬찬히 묻고 끝에 한마디 한다.

“집안 내력도 없으니 아닐 거야. 근데 혹시라도 암이면 어쩌냐. 항암 하면 머리 빠질 텐데….”

“이쁜 모사 써야지.” 대화는 담백했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날 검사를 받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빠에게만 고백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아빠께 유독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다섯 식구 중 유일하게 혈액형도 같고, 직업도 같고, 집안의 첫째라는 것도 그랬다. 아빠는 암으로 환갑 전 젊은 나이로 우리를 떠나셨다. 병까지 같을 수가 있나. 난 아닐 거야. 아빠에게 음식을 올리며 ‘오래 살게 해 주세요’ 나도 모르게 본심이 새어 나왔다.



건강검진도 미루고 미뤄 받는 내가 느닷없이 가슴을 검사하러 간 배경은 의외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검사 전날, 지인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친한 여자 후배 한 명이 당찬 포부를 밝힌다.

“나 가슴 성형할래. 같이 갑시다, 언니.”


나에겐 콤플렉스였던 가슴을 주변 사람들 몇몇은 부러워했다. 이유는 함구하련다. 나이가 들면서 중력의 힘을 받는 것이 문제다. 그 후배도 그것을 간파하고 동반 성형을 권했을 것이다. 그날 성형에 관한 이야기가 취기에 한참 진행되었다.


다음 날 아침에 술을 깨기 위해 샤워를 하며, 그 후배의 말을 떠올렸다.

‘아니, 왜 남의 가슴까지 성형 진단을 하고 그래? 난 별생각 없구만…….’

그러면서 가슴에 손을 올리는 순간, 덜컥,

‘이게 뭐지?!’


손끝에서,

돌멩이 하나가 만져졌다.


후배의 오지랖이 그날의 시작이었다.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