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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지나가지만, 머물러 있는

2024년의 반년이 지나가면서, 같이 흘러가지 못하는 것 같은 나날들

새로 시작한 일의 첫 월급날, 다시 통장에 찍혀 오는 월급에 오랜만에 이상한 안정감이 들었다.

이 '안정감'을 그렇게 경계해야 한다고 다짐했것만, 쉽지 않다. 


나의 일상은 사실 별 것 없다.

평일에는 아직도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배우는 어리버리한 신입으로, 주말에는 시원한 맥주에 취해 현미랑 누워 있거나 산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다행히 꽤나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 그럼에도 열심히 일을 해보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다.

회사가 너무 멀어서, 고민하다가 이때를 변명삼아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쉐어하우스를 구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는 이전 회사 팀장님 결혼식에 갔다.

나와 일하던 작년 초까지만 해도 비혼주의자와 오랜 연애의 마침표를 찍고, 계속 소개팅을 하던 분이었는데.

어느새 미래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 짧은 시간 안에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사람은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날지 모르는 것 같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너무 계획대로만 살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결혼'은 나에게 참 먼 나라 이야기 인 것 같았는데, 주변에서 이제는 결혼을 하고, 결혼을 준비하고, 또 결혼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더라.

나는 아직 .. 혹은 미래에도 '결혼'에 대한 니즈가 없을 것 같은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좋아하는 누군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게 '함께하는 미래'가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다.

회사 점심시간에 본 예쁜 풍경


시간은 흐른다. 사람들도 계속 시간을 흘려 보낸다.

그렇게 2024년의 반년이 지났다. 그런데 나만 아직 그 때, 그 자리, 그 시간,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 같다.

이제는 흐릿해지고, 어쩌면 담담해진 지난 날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아직도 마음 한 켠에서 그 친구의 안부를 궁금해 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다시 만난 캐나다의 팀홀튼(웃긴건 벤쿠버에서도 자주가진 않음)


최근 며칠 동안, 진짜 미친 척 잘 지내는지 안부 연락을 해 볼까 싶었던 적이 있다.

결혼식에서 만난 이전 회사 이사님의 말 때문이었는데, 항상 내게 연애를 적극 권유 하셨던 분이셔서 (사랑에 진심인...) 더 그려셨는지 모르겠다.

뭐 언젠가 진짜 눈 딱 감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에 따라올 결과가 뻔하기도 하고 

사실 그 때의 감정을 미화된 경우도 있으니 계속 그냥 시간을 흘러 보내는 게 답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만난 내 일상은, 내가 캐나다에 다녀 왔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똑같고. 변함 없다. 

때로는 내가 그 곳에 갔고, 7개월 지냈고,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누군가를 좋아했다는 게 그저 한 여름밤의 꿈 같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이상하게 하늘이 보고 싶더라니만... 너무 예뻤던 오늘 자 하늘.

과거 이때에 전쟁이 났는데, 이런 하늘을 한국에서 안전하게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삶.


감사해 하며 살자. 추억은 추억대로 현재는 현재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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