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Jan 08. 2024

의무 교육 75% 완성


이른 아침, 학교에 있는 s 전화를 했다.  학년 마무리 점검을 했는데 개근상을 못 받는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받는 그 흔한 개근상을 못 받아서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전화한 것이었다. 얼마 전 감기 기운으로 병원에 들렀다가 학교를 간 것이 문제였다. 질병형 지각이었는데 이것이 개근상에 발목을 잡았다.  병원 가기 전, S가 담임한테 전화를 했었다.


S : 선생님, 제가 독감인 것 같아서요. 병원에 들렀다가 학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선생님 : 그럼  확인서 제출하면 돼.


이 질문은 이렇게 물어봤어야 했다.

"선생님~ 병원 들렀다 학교에 가면 결석 처리되나요?"


 3교시쯤 학교에 갔는데 이것이 결석 처리 된 것이다.


나: 괜찮아~ 개근상, 안 받아도 상관없어. 고등학교에서 더 잘 지내면 돼~


아이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나 위로했지만, 나도 아쉬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동안 학교 생활에 충실하게 지냈는데 고작 하루 병원 검사로 못 받은 것이 안타까웠다.


여하튼, 오늘은 졸업식이다! 부모님이 근처에 살고 계시지만 졸업식에 같이 가자고 하지 못했다. 이제는 연세가 있어 한걸음이 열 걸음 되었다. 학교에서 계단을 이용하지 않으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그  많은 인파에서 아이 사진 찍으며 연세 많으신 부모님까지 챙길 정도로 내 몸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흘러나오는 콧물을 한껏 풀어버리고 남편과 강당에 갔다. 교복을 입고 앉아 있는 아이들 속에서 까무잡잡한 꼬맹이를 찾을 수 있었다. 연신 두리번거리며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찾고 있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을 대하는 내 태도는 점점 변하는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었던 내가 이제는 느긋하게 졸업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과 각과목 선생님이 교단에서 아이들을 축하해 주었다. 유달리 아이를 안아주며 귓속말을 속삭이던 선생님이 계셨다. 무슨 과목 선생님이었냐고 묻는 말에 아이는 역사 선생님이라고 했다. 학기 초 역사를 못해서 선생님한테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후반에는 칭찬받았다고 한다. 아이에게 선생님께서 귓속말로 뭐라고 했는지 물어봤지만 특별한 말은 없었다고 한다.  기억을 못 하는 건지, 나에게 말을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된 선생님이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졸업식장은 누가 어디를 합격하고, 어디로 이사 간다는 학부모의 이야기와 들뜬 아이들, 졸업하는 서운한 마음에 우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고등학교 원서를 일반고, 자사고, 특성화고, 대안학교등 다양하게 자신 적성에 맞춰 제출하는 아이들을 보며,  대학 입시에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아 긴장됐다. 


뛰어난 성적임에도 손에 꼽히는 고등학교에 불합격한 친구, 턱없이 모라라는 성적임에도 내신보다 정시를 이미 염두해 진학하는 친구, 친구 따라 분위기 좋은 학교에 원서 낸 아이,

그 어떤 것이  긍정적인 수 없지만, 자신의 길을 미리 생각하는 기회로는  좋은 것 같다.


 예비 고1이 되자, 오전에만 폭탄으로 쏟아지는 학원 문자와 컨설팅 업체 문자 50개가 넘는다.   

수많은 카더라 정보에 집중하기보다  아이 성향에 맞게 적절한 타이밍으로 걸어주는 엄마의 현명함이 필요한 시간이다.


앞으로 3년만 고생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그들이 사는 방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